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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독재자의 눈물

최종수정 2020.10.13 11:13 기사입력 2020.10.1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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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이스라엘 야드바솀 홀로코스트 기념관 홈페이지]

[이미지출처=이스라엘 야드바솀 홀로코스트 기념관 홈페이지]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2차 세계대전의 원흉이라 불리는 아돌프 히틀러는 전쟁을 일으키기 전까지는 '눈물 많은 지도자'로 불렸다. 히틀러와 함께 2차 대전을 일으킨 추축국 이탈리아의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도 히틀러와 처음 대면한 뒤 "히틀러는 눈물이 많은 감상주의자로 보인다. 나의 파시즘을 진심으로 존경한다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모습이었다"고 일기에 적었을 정도로 눈물을 흘리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히틀러는 외국 지도자와의 대담에서 유독 눈물을 많이 보이곤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차 대전 발발 직전인 1938년 9월 히틀러와 역사적 뮌헨회담을 했던 당시 영국의 네빌 체임벌린 총리는 회담 내내 눈물을 글썽이며 영국의 선진적 문명과 자신을 존경한다는 히틀러의 모습을 보고 "히틀러는 전쟁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독일과의 평화협상을 추진했다. 하지만 불과 6개월 뒤 히틀러는 이 역사적 뮌헨협정을 뒤엎고 2차 대전을 일으켰다.

히틀러는 매일 연기연습을 통해 상대 앞에서 진심어린 눈물을 보이는 기술을 연마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당시 독일 정부의 검열로 수입이 금지됐던 미국 할리우드 영화들을 매일 밤 시청했는데, 자신을 풍자한 찰리 채플린의 영화인 '위대한 독재자'도 포르투갈을 통해 밀수한 뒤 수차례 모니터링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히틀러의 사례는 위선적인 독재자의 '악어의 눈물'이 외교적 무기로 쓰인 주요 사례로 남게 됐다.


중국에서는 자국 역사상 가장 눈물이 많았던 역사적 인물로 삼국지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후한시대의 군벌 유비를 손꼽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그가 조조와 대비돼 정의의 상징처럼 그려지지만, 중국에선 유비를 눈물로 모든 세력을 구축한 매우 교활한 인물로 묘사한다. 1911년 중국의 사회개혁가였던 리쭝우란 학자가 유비에 대해 "눈물로 천하를 속이고 자기나라를 세운 인물"이라며 얼굴이 두껍고 속은 시꺼먼 사람이란 뜻의 '후흑'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유비에 대한 평가는 좋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비는 특히 자신보다 강력한 다른 군벌들 앞에서 눈물을 많이 보였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눈물이 잦은 무사인 유비를 큰 위협으로 생각지 않았던 수많은 군벌들의 오판 속에서 유비는 조용히 세력을 확장하며 다른 군벌들을 물리치고 삼국 중 하나를 세웠다는 게 리쭝우의 주장이다. 히틀러나 유비처럼 적을 속이고 오판을 낳게 하는 눈물에 능한 독재자일수록 더욱 위험한 인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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