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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네이버와 '데우스 엑스 마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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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네이버와 '데우스 엑스 마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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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문불출하던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7년 국정 감사다. 그 전에는 좀처럼 외부 행사에 나서지 않았던 그다. 출석 이유도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네이버의 뉴스 편집이 편향적이라는 것. 유독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호통이 이어졌다. "거대 언론사 역할을 하는 뉴스 서비스에서 손을 떼라."(민경욱) "기울어진 포털 댓글 문화를 놔둬서는 안 된다."(김정재)


당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였고 박근혜 정권의 탄핵 여파가 채 가시지 않았다. 그 후유증으로 자유한국당은 지리멸렬했다. 이런 정황을 감안하면 여론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야당의 호통은 그에 대한 분풀이였다. 이해진 창업자는 이듬해 국감에도 출석했는데 이 두 번의 경험으로 네이버는 무거운 숙제를 떠안았다. 뉴스 편집의 공정성 시비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2년이 지난 지금 네이버는 한결 단호해 보인다. '네이버 뉴스는 편향적인가'라는 물음에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답한다. "그렇지 않다"보다 훨씬 확고한 표현이다. 배경은 짐작이 된다. 뉴스 편집 과정에서 사람을 배제하고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사용한다는 이유에서다. 2018년 9월 도입한 '에어스(AiRS)'가 그것이다. 사람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지 않으니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게 네이버의 설명인데 정말 그럴까.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첫째, AI는 네이버의 설명과는 다른 차원의 편향성이 존재한다. 아마존이 도입한 직원 채용 AI가 여성보다 남성 지원자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준 사례가 대표적이다. AI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과거 10년간의 채용 데이터를 학습했는데 그 데이터 대부분이 남성이라 '남성 편향성'이 생긴 것이다. 이처럼 AI의 편향성을 해소하려면 사람의 지속적인 교정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AI는 인간과 달리 편견에 직면했을 때 교정할 능력이 없다. AI의 편향성은 사람이 수정해야 한다."(구글 최고의사결정과학자 차시 코지르코프) '대량살상수학무기'의 저자 캐시 오닐도 "알고리즘이 더 효과적으로 기능하도록 요구하기 전에 알고리즘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만 한다"며 기술적 한계를 지적했다.


둘째, 뉴스 편집의 공정성은 진영 논리로 작동하기도 한다. 최근 불거진 윤영찬 의원의 '드루와' 문자 논란이 그렇다. '모두가 만족하는 뉴스는 없다'는 저널리즘의 오랜 격언처럼 어떤 뉴스든 승자와 패자가 나뉘게 마련이다. 아무래도 패자는 포털 뉴스에 불만을 갖게 되고 이는 공정성 시비로 이어진다. 그러니 선거철이나 국감시즌이면 편향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첫 번째가 AI 공학이 안고 있는 근본적 고민이라면 두 번째는 뉴스 소비의 편견에 따른 실질적 문제다. 그래서 네이버의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이다. AI의 완결성과는 별개로 포털 뉴스에 대한 불만은 결국 어떤 식으로든 표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AI가 아니라 '신'이 뉴스를 편집하더라도 말이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데우스 엑스 마키나(그리스 희곡에서 복잡하게 꼬인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는 존재)는 없지만 방향은 어렴풋이 보인다. 이해진 창업자가 2017년 국감에서 했던 발언에서다. "인터넷이라는 것은 국내가 아니라 세계 시장 전체를 놓고 봐야 한다."


'세계 시장'이라는 그의 시각에서 본다면 뉴스 콘텐츠는 제한된 서비스다. 게다가 한때는 '로리스크 하이리턴'이었지만 지금은 '하이리스크 로리턴'이다. 그러니 그립을 너무 세게 잡을 이유가 없다. 최근 네이버가 뉴스 댓글에 이어 랭킹 순위를 폐지한 것은 그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뉴스 유통 과정의 논란거리를 과감하게 줄이는 것, 캐시 오닐의 조언처럼 AI의 한계를 인정하고 개선해나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네이버가 사는 길이다.




이정일 부국장 겸 4차산업부장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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