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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국민연금 기금 분할과 기금운용 개선 방안

최종수정 2020.09.21 12:00 기사입력 2020.09.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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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국민연금 기금 분할과 기금운용 개선 방안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2020년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를 통해 향후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연금 기금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기금을 분할해 운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말 기준 750조원에 이르는 국민연금 기금은 4년 후에는 10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규모가 커지면서 운용상의 어려움은 더해지고 있다. 특히 국내자산 비중이 높은 자산배분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상당한 지배력과 영향력을 갖고 있고, 이는 운용수익률 제고와 위험관리에 있어 심각한 제약으로 작용하는 게 사실이다.


국민연금 기금의 분할운용을 제안한 것은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제기돼온 주장이다. 분할운용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측에서 제시하는 가장 큰 장점은 기금 간 경쟁이 유도되고 각 기금이 운용 관련 다양한 관점을 반영해 투자하게 해 국민연금 전체의 운용수익률을 높이면서 운용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지나친 영향력을 제어하고 특정 자산군이나 투자전략으로 편향되는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분할에 반대하는 측은 분할운용은 운용비용을 상승시키고 대형 단일기금이 가질 수 있는 협상력이 약화돼 성과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반박한다. 실제 1960년 처음 기금을 분할했고 2001년부터는 6개로 분할운용하고 있는 스웨덴 공적연금(AP)은 운용비용은 상승했으나 기금 간 운용수익률은 큰 차이가 없어 실익을 제대로 거두지 못하고 있다.


분할이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기금 간 군집행동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에서의 군집행동은 투자주체들이 독자적인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고 다른 투자자의 의사결정을 모방해 따르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다른 금융사가 특정 주식을 매도할 경우 해당 주식의 가격변화에 대해 자신이 가진 정보는 무시하고 이들을 추종해 그 주식을 매도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면 자산의 거래와 가격이 한 방향으로 쏠려 시장의 안정성이 저해될 가능성은 커진다.


연기금이 분할돼 운용되고 있는 해외사례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은 기금 간 군집행동이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각 직역별로 퇴직연금을 설립해 기금이 나눠 운용되는 네덜란드 퇴직연금, 퇴직연금을 민영화해 다수의 민간 운용사가 각 기금을 운용하는 칠레의 은퇴연금 등을 분석한 연구들은 모두 기금의 규모와 수, 연금제도에 관계없이 운용에 있어 군집행동이 발생함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이들 국가에선 은퇴연금이 다수의 기금으로 분할돼 운용되지만 자산배분과 투자행태, 수익률에 있어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군집행동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련 연구들은 크게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먼저 기금들이 투자의사 결정을 내릴 때 활용하는 정보에서 큰 차이가 생기기 어렵다. 운용 주체들은 개인보다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분석할 능력이 있는데 이들이 지닌 향후 금융시장과 경제 전망에 관한 정보가 구조적으로 현저히 다를 수는 없다.


더 중요한 이유는 기금 간 운용성과가 수시로 공개되고 비교되는 상황에서 다른 기금들과 현저히 다른 자산배분과 투자전략을 택한다면 성과가 나쁠 경우 가입자로부터의 질타가 쏟아질 것이다. 국민연금은 세계 어느 연기금보다도 국민의 관심과 주목을 받는 기금이다. 현 기금을 250조원씩 3개로 분할운용한다고 가정하고 한 기금의 운용수익률이 다른 기금보다 연 1% 낮다면 3조원 만큼 실적이 미달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아마 상당한 질타가 이어질 것이다.


결국 기금들은 서로 유사한 자산배분과 운용전략을 택해 비슷한 운용수익률을 거두는 게 질책을 피하는 최선의 방안이 될 것이다. 국민의 노후를 책임진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개선은 단순한 운용방식만으로는 어렵다. 다른 보고서에서 입법조사처가 제언한 바와 같이 국민연금 제도와 기금운용, 재정을 동시에 개선하지 않고선 장기적 안정성은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진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ㆍ연세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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