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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OPEC의 조용한 6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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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전세계 최대 '카르텔'로 불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창립 60주년을 맞이했지만, 분위기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조용했다. 창립 50주년이었던 2010년엔 OPEC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대대적인 축제를 벌였다. 10년이 지난 현재의 상황은 정반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자리에 모여 자축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가 가장 컸지만 OPEC의 위상이 과거에 비해 많이 떨어진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의견도 적잖다. 홈페이지에는 60주년을 축하하는 별도의 홈페이지만 만들어졌을 뿐, 이벤트는 없었다.


OPEC 60년에는 많은 역사가 담겨 있다. 원유 카르텔의 '흥망'까지는 아니더라도 성쇠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20세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위세를 떨쳤다면 21세기 들어선 이후엔 과거의 영광만이 조명받는 신세가 됐다.

OPEC는 1960년 9월14일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베네수엘라 등 5개국이 이라크에 모여 창립총회를 거쳐 결성됐다. 석유자원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합법적 권한을 지킨다는 명분이었다. 당시 중동 산유국들이 강대국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으로 석유를 이용한 것이다. 현재 회원국은 13개국으로 늘었으며 비OPEC 10개국이 협력에 가담할 정도로 외형은 커졌다.


OPEC의 막강한 영향력은 1970년대 석유파동이 형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1973년 1차 석유파동은 OPEC를 석유의 정치적 무기화, 자원 민족주의 강화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석유수요가 급팽창하던 시기, 인위적으로 원유공급을 조절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극대화한 것이다. 당시 OPEC 회의 하나하나는 언론의 초미의 관심이었다.


60년의 역사중 OPEC의 전성기는 창립후 50년 간으로 볼 수 있다. 최근 40년간 유가 흐름을 보더라도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6월 배럴당 140달러(WTI 기준)를 기록한 이후엔 추세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바꿔말하면 OPEC의 하락세는 이제 시작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원년 멤버였던 카타르가 탈퇴를 선언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담합집단으로 몰아세운 것은 최근 몇 년 새 일이다.

OPEC 위상이 60년새 달라진 것은 원유시장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주도로 바뀌고 있는 상황과 관계가 깊다. 전기차가 점차 대중화되고 항공수요는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석유수요를 줄이기 위한 시도는 대세다. 특히 올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시작한 이후 원유수요는 더욱 감소했다. 1980년대엔 '매장된 석유는 30년 후에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이 인구에 회자됐지만 '석유 공급이 중단될 것'이라는 주장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더 이상 찾기 어렵다.


문제는 시대적 변화에도 OPEC는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공급주도권에 여전히 매달리고 있다. 공급조절 능력을 상실하면 합법적인 '카르텔'을 존속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사우디가 올해 비회원국인 러시아와 맞붙어 공급을 오히려 확대한 게 단적인 예다. 공급조절로 상대를 굴복시키려는 전략은 변하지 않았다. 결과는 마이너스 유가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였고, 원유채굴 뿐 아니라 정유업계까지 피해는 확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OPEC의 위상을 "공포의 대상이 위기에 직면했다"라는 표현으로 일갈했다. 하지만 OPEC는 60주년 기념사에서 "에너지시장의 중심축으로 남을 것"이라며 여전히 낙관론으로 일관했다. '환갑'을 맞이한 OPEC가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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