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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포럼]아름다운 합창

최종수정 2020.09.14 13:35 기사입력 2020.09.1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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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포럼]아름다운 합창


진나라 왕 영정은 먼저 쇠뇌(기계식활ㆍ석궁)의 규격을 통일시켰다. 쇠뇌의 모든 부품을 표준화시킨 이점은 바로 나타났다. 어떤 대장간에서도 같은 사이즈의 부품들을 쏟아낼 수 있었고, 그 표준화된 부품들을 조립하기도 쉬웠다. 대량생산된 이 표준화된 신무기는 힘이 센 사람이든 약한 사람이든 같은 거리에 화살을 날려 보낼 수 있었다. 즉 목표 지점이 결정되면 적에게 치명적이었다. 후에 몽고가 기마부대로, 독일의 전차부대로 세계를 휘젓듯 그의 쇠뇌부대의 표준화된 수천 개의 화살들은 주변국을 하나둘씩 송곳처럼 파고들었고 드디어 중국을 처음으로 통일시켰다. 그리고 자신을 황제로 부르게 했다.


진시황의 표준화된 쇠뇌를 생각나게 한 일은 얼마 전 전 세계로 파고드는 이케아의 가구 조립을 직접 해보고 나서였다.

해외매장에서 구경 삼아 소품 한두 개를 사본 적은 있지만, 무거운 가구를 직접 들고 와서 조립해보긴 처음이었다. 나사못 같은 작은 부품들까지 고유 번호가 각각 있었고, 그림으로만 된 설명서를 보고 조립을 하면 커다란 가구가 완성되니 마치 덴마크의 블록완구 같다는 느낌이 든다.


제품을 통일화시키고 대량복제ㆍ대량생산한다면 어마어마한 파워가 같이 생산된다. (역병으로 모든 경제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때 이케아는 30%가 넘는 매출 성장을 보였다.) 창업주 잉바르 캄프라드가 기존 가구업체들의 따돌림 속에서 기이한 형태로 발전시킨 성장 스토리는 제쳐두고, 통일된 제품의 힘은 전 세계 가구업계의 진시황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통일된 힘은 하도 강력해서 그것이 올바른지 아닌지, 그것들의 우선순위에 따라 결과를 크게 바꿀 수 있다.

전 세계로 파고드는 그 가구들이 10여년 후에는 폐가구로 쓰레기가 될 텐데, 친환경적 소재냐 아니냐에 따라 우리 국토는 몸살을 앓게 될 수도 있다.


진시황은 화폐, 문자, 수레바퀴, 도량형까지 통일시켰지만 가장 중요한 국민의 생각을 통일시키지는 못했고 그 결과 힘으로만 중국을 통일시킨 진나라는 곧 망했다.


나치독일은 1차 세계대전 결과의 핍박 속에서 국민의 생각을 통일시켰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통일시켰다. 집시들을 없애고, 유대인을 학살하고, 전 세계로 잘못된 힘을 썼다.


우리는 통일된 힘으로 한강의 기적이라 하는 경제를 발전시켰고, 외환위기도 극복하고, 민주화를 이루고,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도 잘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면 아쉽게도 작은 나라는 분열돼 있고, 분열된 더 작은 나라 안에서도 분열의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 홍위병 같은 미성숙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분열로 이익을 얻는 사람으로 가득하다. 작은 집단의 이익만을 창피하게도 크게 떠드는 일이 주목받는다.


올바른 길을 찾기 위해 분열해서 논쟁을 벌이는 과정은 거쳐야 하지만 분열로 작은 이익을 얻기만 해서는 안 된다. 통일된 힘을 이루는 과정이라고 믿고 싶지만 스피커로 터져 나오는 분열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듣기 힘들다.


이럴 때 어른의 말씀으로 위안을 받고 싶다. 화음을 만들어주는 어른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어리숙하고 생각이 짧은 나 같은 이들의 일시적 비난에도 전체를 어우르고 비전을 제시하는 현명한 말씀을 듣고 싶다. 그분들이 숨어 계시다면 찾아서 들어야 하고, 목소리가 작다면 마이크를 드려야 한다. 거리의 소음을 조율해 아름다운 합창을 만들어내는 지휘자를 만나고 싶다. 그런 지휘자를 따르고 싶다.


지금 우리의 시민 의식이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고, 전 세계로 우리의 통일된 힘을 보여줄 기회가 왔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더 간절하다.


서재연 미래에셋대우 갤러리아WM 상무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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