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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일주일마다 '집값' 회의하는 나라

최종수정 2020.09.14 11:30 기사입력 2020.09.1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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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일주일마다 '집값' 회의하는 나라

어느 해보다 힘겨운 여름이 지나갔다. 여름의 절정에 찾아온 '장미' '바비' '마이삭' '하이선' 등 4개의 태풍은 잇따라 한반도를 관통하며 전국 곳곳이 물난리를 겪었다. 태풍의 상처를 채 추스리기도 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조치로 지난 2주간 경제활동은 사실상 멈춰섰다.

이 같은 비상시국에도 단 한 주도 건너뛰지 않고 매주 어김없이 열린 정부 회의가 있다. 8월5일 이른 아침, 광화문 정부 서울청사에 주요 부처 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제정책 수장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회의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국세청, 경찰청, 금융감독원, 행정안전부는 물론 청와대 경제수석과 서울시 간부까지 참석했다. 웬만한 국가 비상시국에 열릴 법한 범정부 회의체다.

첫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홍 부총리는 "궁극적으로 실수요자가, 집이 필요한 시점에, 땀 흘려 노력하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시작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 회의'가 벌써 지난주로 6회를 넘어섰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시장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부동산 신속대응팀'을 매일 가동해 이 회의체를 지원했다.

전무후무한 일이다. 집값 점검하느라 관련 부처는 물론 검찰까지 참석해 매주 회의를 여는 일이 최소한 기자의 기억에는 없다. 지난 3년간 집값 트라우마가 얼마나 컸길래 정부가 이렇게까지 나서나 싶기도 하다.

지난 여섯 차례 회의를 통해 논의됐던 내용이나 공개된 발언을 보면 왜 굳이 이렇게 거창하게 회의를 개최하고 결과를 공개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한 달 반 가까이 이어진 회의 내용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요약하자면 ▲정책은 옳고 ▲투기 세력은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언급이 반복되는 수준이다.

특히 정책 홍보는 회의가 거듭되면서 도를 더한다. "대책 효과가 시차를 가지고 주택시장에 나타나고 있다(3차)." "공인중개사법 행으로 허위매물이 감소했다(4차)." "사전청약으로 실수요자의 불안감을 덜고 매매수요가 완화돼 주택시장의 불안이 일부 해소되는 효과가 기대된다(5차)."

심지어 지난주 열린 6차 회의에서 정부는 "집값이 안정되고 매매가격이 둔화됐다"며 시장 상황에 대해 전에 없던 자신감을 드러냈다. 홍 부총리는 직접 구체적 실거래가격 사례까지 제시하며 집값 하락세 가능성까지 언급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결국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발언의 진위를 해명하는 글까지 올리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정부의 집값 진단은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불과 한두 주간의 집값 흐름만으로 안정을 언급하는 것은 섣부르다. 무엇보다 매주 집값 점검을 하겠다고 부총리까지 직접 나서 매주 회의를 여는 모습이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여섯 차례 회의를 통해 정부가 공개한 주요 정책 역시 굳이 이러자고 바쁜 일정을 쪼개 회의를 열 정도인가에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대부분 정책이 그동안 각 부처 차원의 고유 업무 수준이다. 6차 회의에서 발표한 사전청약 일정만 해도 국토부 고유업무다. 여러 부처가 굳이 머리를 싸매지 않아도 될 일이란 얘기다.

우리 경제는 위기다. 집값 말고도 시급히 챙겨야 할 현안이 첩첩산중이다. 무엇이 그리 중하단 말인가.

최근 업무차 만난 한 민간 연구소 관계자의 말이 오버랩된다. "집값? 오를만하면 오르고 내릴만하면 내리는 거지." "공급? 넘치면 알아서 안 할거고 부족하다 싶으면 알아서 지어." 언뜻 무책임한 말 같지만 시장의 작동 원리를 정확히 꿰뚫는 말이다. 시장은 의외로 잘 작동한다.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 오히려 시장의 변동성만 확대시키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볼 일이다. 과유불급!




정두환 부국장 겸 건설부동산부장 dhjung6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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