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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자가격리와 자유, 그리고 세금

최종수정 2020.09.11 13:19 기사입력 2020.09.1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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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우리나라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훨씬 많은 나라를 방문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4월 국경을 닫은 프랑스가 7월부터 코로나19 방역이 우수한 한국에 문을 열었다.


딸의 출산 소식이 있어 독한 맘을 먹고 출국했다. 입국심사가 까다롭겠지? 그런데 웬걸, 비행기 안에서 받아든 질문지에는 열이 나는지와 연락처를 적어내는 정도였다. 공항에서 별도 검사도 없었다. 이젠 귀국길이 걱정됐다. 벌써 비행기 안의 공기가 다르다. 특별검역신고서 등 여러 서류를 작성하란다. 군대 점호를 방불케 하는 인천공항의 입국심사를 통과한 뒤 정부가 지정한 택시를 타고 집에 왔다. 집 근처 보건소에서 검진도 받았다. 그러곤 2주간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며칠 뒤 구호물품이 문 앞에 배달됐다. 국민 질병을 관리하는 공무원과 의료진의 헌신과 수고가 느껴진다. 세금 낸 보람을 느꼈다.

자가 격리는 결코 쉽지 않았다. 스스로 격리해 집 문 밖으로 한걸음도 못 나가는 고통은, 선악과를 눈앞에 두고 느낀 이브의 갈등처럼, 혹독한 시련의 연속이었다. 이런 저런 상념에 잠겨있는데 휴대폰에 "위치 추적이 되지 않습니다"라는 붉은색 메시지와 함께 경고음이 요란스럽게 울려댔다. 담당 공무원에게 연락하겠다고 겁주는 글과 함께. 집에서 꼼짝 않고 있었다며 항의하니 휴대폰을 껐다가 다시 켜라고 한다. 찜찜했다. 그리고 들려오는 일부 의료진의 치료 현장 이탈 소식. 사실 국립이든, 사립이든 의대에도 상당한 세금이 지원된다. 우리 사회가 의료인의 헌신과 희생을 믿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 추진이 불합리해도 그렇지, 환자 진료를 외면하는 의료인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의사가 될 때 서약한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헛된 맹세였단 말인가. 갑자기 그동안 낸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예수는 안식일에 환자를 치료했다는 이유로 고발돼 십자가에 달렸다. 그런데 그의 정신을 따르겠다는 대학이 배출한 의사마저 환자를 외면한다면 우리는 어디서 희망을 찾을 수 있나. 해당 대학 교수들 말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침묵하는 것은 동의한 것으로 간주된다는 법률 격언이 떠오른다. (최근 상당수 의료진은 환자 곁으로 복귀했다고는 한다. 당초 떠났던 이유가 치유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프랑스에서 의사로 있는 딸이 출산 휴가를 마치고 병원으로 복귀하는 날, 애비로서 코로나 감염이 걱정돼 육아휴직을 1년 더하면 안 되겠냐고 조심스레 운을 뗐다. "환자가 의사를 기다리고 있고, 은퇴한 의사도 소집되어 치료하고 있다"며 애비 걱정은 안중에도 없이 뒤도 안 돌아 보고 쌩하니 출근해 버린다. 자유는 방종이 아니고 거저 주어지지도 않는다. 남의 생명을 존중해야 하는 의무도 주어진다. 특히 의사, 군인, 경찰 등 제복을 입은 자들일수록 더욱 그렇다. 이들의 작은 일탈에도 사회적 비난이 큰 것은 이들에 대한 믿음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이 믿음 때문에 납세자들은 군말 없이 세금을 낸다.

다시는 자가 격리를 당하고 싶지 않다. 앱으로 감시당하며 내 자유 의지가 시험당하는 것도 싫다. 인간 본연의 자유를 누리고 싶다. 국가 재정이 부실해지면 코로나 방역이 어려워지고 국민 생명과 자유가 위협받는다. 이런 점에서 보면, 자유는 세금의 토양에서 자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유와 세금은 동전의 양면인 셈이다. 국민 각자 자기 위치에서 서로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행동과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게 하면 대한민국은 선진국이 된다.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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