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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날엔…] 대선 전날 밤에 끝난 정동영·문국현 '단일화 주술(呪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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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대선, 희망고문으로 이어진 단일화 협상…급물살→난항→좌절, ‘최저 투표율’로 이어져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편집자주‘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지난해 9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지난해 9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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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뜨거웠지만 가장 싱겁게 끝난 대통령선거, ‘2007 대선’은 한국 정치에 여러 교훈을 남겼다. 민심의 거대한 강물을 거꾸로 돌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정치 수학’에서 1+1은 2가 아닌 -1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줬던 선거이다.


2007 대선은 이른 시기에 전세가 기울었던 선거였다. 열린우리당은 대통합민주신당으로 새롭게 태어났지만 대선을 둘러싼 먹구름은 변함이 없었다. 김대중, 노무현 두 명의 대통령을 연이어 당선시켰던 여권은 비상이 걸렸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약점인 ‘BBK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또 하나의 초점은 ‘반이명박’ 단일 전선이었다.


대선에 나섰던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와의 단일화에 총력을 기울었다. 흥미로운 점은 대선후보 등록이 끝난 이후에도 정동영-문국현 단일화 이슈가 선거판을 지배했다는 점이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일인 4월15일 서울 종로구 혜화아트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일인 4월15일 서울 종로구 혜화아트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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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대선, 이명박 정동영 이회창 문국현 권영길 이인제 심대평 이수성 등 12명 경쟁

2007년 11월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 후보 등록을 마감한 결과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무소속 이회창 후보,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민주당 이인제 후보,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 참주인연합 정근모 후보, 새시대참사람연합 전관 후보, 한국사회당 금민 후보, 경제공화당 허경영 후보, 화합과 도약을 위한 국민연대 이수성 후보 등 12명이 등록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경쟁자는 적지 않았다. 정동영, 이회창, 문국현, 권영길 후보는 물론이고 이인제, 심대평, 이수성 후보에 이르기까지 정치 거물들이 도전장을 냈다.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착각 중 하나는 선거일을 앞두고 특정한 사건(정치 악재가 될 만한 내용)이 터지면 전세가 역전될 것이란 생각이다. 2007 대선에서도 이명박 후보를 둘러싼 BBK 의혹이 대선 판도를 흔들어놓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작용-반작용 법칙’을 간과했다. 특정 후보가 정치 악재를 겪게 되면 지지층은 위기감을 느끼며 더 강력하게 뭉치는 효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정동영 후보가 대선 막판까지 단일화에 너무 많은 힘을 쏟은 것도 결과적으로 득표 전략에는 부담이 됐다. 지지층에게는 ‘희망고문’으로 다가왔다. 정동영·문국현 후보의 단일화 여부는 가장 큰 관심을 받았고 성사 여부에 대한 정치적 부담은 커져만 갔다. 대선후보 등록이 끝나고 공식 선거운동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관심의 초점은 단일화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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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공식 선거운동 시기에도 최대 관심은 '단일화'

처음부터 좌초의 기운이 넘쳐났던 것은 아니다. 단일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소식도 들렸다. 당연히 지지층의 기대감도 커졌다. 단일화에 소극적이었던 문국현 후보 쪽에서 유세 일정을 전면 취소한 뒤 장고(長考)하고 있다는 관측도 이어졌다.


단일화 중재를 위해 시민사회 원로들까지 나섰다. 정동영 문국현 양쪽의 대통령선거대책본부 쪽에서도 물밑 협상을 이어갔다. 단일화를 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지, 언제 할 것인지를 놓고 샅바싸움을 지속했다.


정동영 후보는 대선 일주일을 앞둔 2007년 12월12일 기자회견에서 “권력분점에 기초한 공동정부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공동정부 카드를 놓고 문국현 후보와의 단일화 동참을 설득했지만 상대 진영의 반응은 냉랭했다.


문국현 후보 쪽에서는 단일화를 하게 된다면 정동영 후보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단일화 협상은 결국 문국현 후보로의 단일화로 귀결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정동영 대선 후보는 2007년 12월13일 “후보 단일화를 위해 이 순간 모든 것을 양보할 수 있다”면서 “대통령 후보 자리가 아니라 어떤 것이라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 당선 저지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배수진이었다. 하지만 상대 후보 쪽에서는 정치적 수사로 받아들였다. 대선 투표일이 다가왔지만 단일화 협상은 진전이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희망고문은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았다.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서울 여의도 당사 개표상황실에서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기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서울 여의도 당사 개표상황실에서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기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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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표 이상의 대패로 끝났는데…대선 단일화로 승자 바꿀 수 있었을까

“단일화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최종적으로 단일화 논의는 무산됐다.” 정동영 후보 쪽에서 단일화 협상 최종 무산을 알린 시점은 대선 하루 전날 밤이었다. 문국현 후보가 단일화 무산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단일화만 이루면 선거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어쩌면 ‘주술(呪術)’에 가까운 희망사항이었는지도 모른다. 선거전의 프레임이 BBK 문제와 단일화를 둘러싼 공방이 맞춰지면서 정치적 비전을 대중에게 알릴 기회는 줄어들었다.


결과는 한국 대선 역사상 기록적인 대패였다. 이명박 후보는 1149만2389표(48.67%)를 얻으며 압승을 거뒀다. 정동영 후보는 617만4681표(26.14%)에 머물렀다. 문국현 후보는 137만5498표(5.82%)에 그쳤다. 정동영 후보는 500만표가 넘는 격차로 패했다. 정동영-문국현 두 후보의 득표를 합쳐도 이명박 후보에게는 턱없이 부족했다.


패배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이 투표장에 나가지 않은 게 결정적인 이유였다. 2007 대선 투표율은 63.0%에 불과했다. 역대 최저 대선 투표율이다. 상당수 유권자들이 투표 참여를 주저한 까닭은 무엇일까. 단일화라는 정치공학에 매몰돼 있는 모습에 대한 실망의 결과물로 봐야하지 않을까.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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