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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정당 이름에도 징크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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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미국 정당은 100년의 역사를 훌쩍 뛰어넘는다. 미국 공화당은 1854년 창당해 166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1828년 창당한 미국 민주당은 8년이 지나면 '200주년'을 맞이한다. 미국 정치의 격랑 속에서도 공화당과 민주당의 위치는 굳건했다.


반면 한국 정당은 정치 전문가들도 헷갈릴 정도로 이름이 자주 바뀐다. 신당 창당과 합당, 분당, 재창당(당명 개정) 등 정치 이합집산은 혼돈의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새로운 정당(신당 창당이나 당명 개정)이 출범을 준비할 때마다 여의도 정가는 들썩인다.

좋은 이름을 찾아내는 작업은 가장 중요한 일로 여겨진다. 여의도 정치 경험이 풍부한 이들은 물론이고 네이밍 전문가, 여론 분석가 등의 의견을 구해 최선의 답을 얻고자 노력한다. 일반인 공모는 흥행을 위한 기본 요소다.


청명한 가을날씨를 보인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너머 하늘에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청명한 가을날씨를 보인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너머 하늘에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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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당 네이밍 역사를 살펴볼 때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가장 즐겨 사용한 단어를 하나만 꼽으라면 '통합'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기에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통합이라는 단어를 넣은 정당이 등장한다. 여러 정치 세력의 힘을 하나로 모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게 기본 시나리오다. 흥미로운 점은 통합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정당은 대부분 끝이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통합이라는 단어와 '악연'이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압승으로 끝난 2007년 대선의 상대 정당은 대통합민주신당(대선 후보 정동영)이다.


연이은 전국 단위 선거 참패로 위기에 처한 열린우리당은 2007년 8월 새로운 정당에 몸을 실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대통합' '민주' '신당' 등 그럴듯한 단어를 조합한 정당이 원내 제1당의 지위를 물려받았지만 유권자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대통합민주신당은 대선 참패 후폭풍에 시달리면서 6개월 만에 소멸되는 운명을 맞이했다. 2008년 2월 대통합민주신당(대표 손학규)과 민주당(대표 박상천)은 통합민주당이라는 이름으로 합당을 선언했다. 통합이라는 단어를 물려받아 제18대 총선에 임했지만 결과는 기록적 참패였다. 서울 48개 지역구 중 당선자는 7명에 불과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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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제19대 총선을 앞두고 다시 신당 창당 카드를 꺼냈다. 민주당과 시민통합당, 노동계(한국노총)는 2011년 12월 민주통합당 창당을 선언했다. 창당의 당위성과 명분을 알리고자 애를 썼지만 유권자 눈으로 볼 때는 18대 총선에서 통합과 민주라는 단어의 앞뒤 순서만 바뀐 정당일 뿐이다. 민주통합당은 19대 총선에서 쓴맛을 봤다.


통합이라는 이름을 둘러싼 쓰라린 기억은 진보정당 역사에도 존재한다. 진보 정치세력은 2011년 12월 통합진보당을 창당하며 재도약의 꿈을 키웠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진보 정치의 갈등과 분열만 노출했고,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12월 헌정 사상 처음으로 강제 해산되는 운명을 맞이했다.


보수정당도 통합과 관련한 아픈 기억을 추가했다.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올해 2월 창당한 미래통합당은 또 하나의 '흑역사'를 만들어냈다. 여러 정치 세력을 하나로 모아 통합당을 출범시켰지만 보수정당 총선 역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내놓은 뒤 7개월 만에 사라졌다. 통합이라는 단어 자체가 문제였을까.


국민을 하나로 모아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 일은 '수권정당'을 추구하는 정당이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이다. 문제는 정당 이름에 통합이라는 단어를 넣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선거를 앞두고 반복되는 정치 퍼포먼스, 국민을 현혹시키려는 '얕은수'는 100년 정당의 꿈은커녕 또 하나의 흑역사로 인도할 뿐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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