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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경제읽기]한은發 유동성 공급 한계…파티는 끝난다

최종수정 2020.09.10 11:30 기사입력 2020.09.1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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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간 개인 주식 신규자금 21兆
월평균 5.5兆로 시총 0.3% 그쳐
유동성 장세는 길어야 2년
급등·급락 등 돌발 재료 없을 땐 주가하락 제한 역할 그칠 가능성

[이종우의 경제읽기]한은發 유동성 공급 한계…파티는 끝난다

부동산과 주식 모두 돈을 빼고는 얘기하기 힘들어졌다. 경제가 좋지 않은 데도 불구하고 자산가격이 오르다 보니 모든 현상의 원인을 유동성으로 찾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11년간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 때마다 자산가격이 올랐던 경험도 돈에 대한 믿음을 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에 그랬고 앞으로도 돈의 힘이 시장을 좌우할 거라 믿고 있는 것이다.


유동성이 늘어난 건 중앙은행이 돈을 많이 풀어서다. 6월 시중통화량(광의통화ㆍM2)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9.9% 늘었다. 2009년 10월 10.5% 증가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작년 중반까지 6%대였던 증가율이 올 초에 7%대로 높아지더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후 9%를 넘었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금융시장이 취약해 금리를 정책 도구로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통화량으로 경기를 조절했다. 1990년대에 통화 증가 목표가 14%였다. 성장률이 8~9%를 오갈 때에도 통화증가율이 이 정도밖에 안됐는데 경제가 성숙단계에 들어선 지금 통화 증가율이 10% 가깝다는 건 시중에 얼마나 많은 돈이 풀려있는지 보여주는 예다.

[이종우의 경제읽기]한은發 유동성 공급 한계…파티는 끝난다


통화 공급이 늘면서 시중 부동자금도 커졌다. 시장에서는 현금통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합쳐 부동자금이라 부른다. 해당 상품들은 금리가 낮은 대신 손해를 보지 않고 현금화 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수익이 높은 쪽으로 언제든지 이동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돈이 한해 동안 204조원 늘어 1174조가 됐다. 시장에서는 이렇게 많은 돈이 뒤를 받치고 있는 만큼 부동산과 주가가 하락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라 믿고 있다. 부동자금의 10%만 움직여도 10억짜리 아파트 10만 채를 살 수 있으니 그런 믿음을 가질 만도 하다.


어떤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시중에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이 깔려 있는 게 분명하지만 고려해야 할 점도 있다.


우선 과거와 시중통화량 증가 형태가 다르다. 그 동안은 한국은행이 작은 규모의 자금을 공급해도 이 돈이 경제 내에서 여러 번 순환하면서 규모가 커졌지만 지금은 과거보다 순환 횟수가 절반으로 줄어든 대신 한국은행이 공급하는 돈의 규모가 커졌다. 오랜 기간 저성장으로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나온 결과인데 한국은행이 돈의 공급을 마냥 늘릴 수 없는 만큼 조만간 유동성 공급이 한계에 부딪칠 가능성이 크다.

시중 부동자금은 코로나19로 금리를 인하한 3월 이후 커지기 시작해 6월에 증가율이 20%대가 됐다. 2000년 이후 비슷한 상황이 세 번 있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과 정부가 빚내서 집을 살 걸 종용했던 2014년에는 부동자금이 주식과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역할을 했지만 1999년에는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자산가격, 특히 주가가 높았기 때문이다. 부동자금이 투자자금으로 바뀔 수 있느냐는 자금 규모와 자산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지금은 부동자금이 많지만 가격도 높아 자금 유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중 유동성 증가가 주식시장에서는 어떤 역할을 했을까?


상당한 역할을 했지만 시장에서 얘기되는 정도로 절대적이지는 않다. 지난 6개월동안 개인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을 합쳐 41조원의 주식을 순매수했지만 이중 새로 시장에 들어온 돈은 21조원에 지나지 않는다. 41조원 중 10조원은 주식형펀드를 환매해 직접 주식 매수에 나선 돈이고 나머지 10조원은 신용 증가액이어서 순수한 개인 자금으로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종우의 경제읽기]한은發 유동성 공급 한계…파티는 끝난다


고객 예탁금도 사정이 비슷하다. 현재 고객예탁금은 시가총액의 3% 정도다. 지난 30년간 주가와 고객 예탁금의 관계를 보면 주가가 하락했을 때에는 시기총액 대비 고객예탁금 비중이 1% 조금 넘는 수준으로 내려오지만 주가가 상승하면 3~4%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번에도 연초 고객 예탁금이 20조원으로 시가총액의 1%대 중반이었다가 주가가 상승하면서 3.2%로 높아졌다. 고객예탁금이 많긴 하지만 과거에 비해 인상적인 수준은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유일한 차이는 과거에는 주가상승과 함께 개인투자자금이 시장에 들어온 반면 이번에는 상승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들어와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확실히 했다는 정도다.


우리 시장에서 개인 자금이 시장으로 가장 많이 들어온 건 외환위기 직후다. 1999년 '바이코리아' 등 주식형 펀드가 유행했을 때 하루 1조원 가까운 자금이 펀드로 유입된 적이 있다. 당시 시가총액이 150조원 정도니까 하루 유입규모가 시가총액의 0.7%에 해당한다. 이 돈이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는 당시 기관투자자의 매매 형태를 보면 알 수 있다. 기관은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차 등 주요 종목을 상한가로 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가격을 불문하고 주식을 확보하는 게 최우선 과제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다.


앞으로 자금 유입도 크지 않을 걸로 보인다. 3월에 개인 순매수가 11조원을 기록한 후 지금은 월평균 5조5000억원 정도로 매수규모가 줄었다. 8월에 조금 늘어 7조7600억원까지 올라왔지만 시장 크기를 생각하면 월간 2조원의 순매수 증가는 그렇게 의미 있는 숫자는 아니다. 월간 순매수 5조5000억원 역시 시가총액의 0.3% 밖에 안 되는 금액이다. 외환위기 직후 하루 펀드로 들어온 돈에도 못 미치는 액수인데 이를 가지고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시장으로 돈이 계속 들어오려면 주가가 지금처럼 천천히 움직여서는 안 된다. 주가가 3000을 넘어 3500까지 오를 수 있다는 확신을 투자자들에게 줄 정도로 빠르게 상승하든지, 3월처럼 2000을 크게 밑도는 수준까지 떨어져 주가가 싸다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줘야 한다. 지금은 두 경우 모두 가능성이 없다.


주가가 미미하게 상승하거나 옆으로 누울 경우 개인 자금은 유입이 아니라 반대로 빠져 나갈 수 있다. 기대 수익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유동성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진다. 지난 몇 달은 돈이 주가를 적극적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지만 그 기능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 대신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방어하는 수동적인 기능이 커질 것이다. 이런 형태는 새로운 게 아니다. 미국 금융위기 이후 10년 넘게 낮은 금리와 자금 공급을 시행했지만 유동성이 우리 시장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한 건 위기 직후 2년에 지나지 않는다. 이후에는 유동성이 코스피를 2000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잡고 있는 역할만 했다. 주가가 급변하지 않는 한 유동성의 역할도 과거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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