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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악역은 내가"…'제일' 명칭 되살리고 적자 은행 살린 '정통 뱅커' 박종복

최종수정 2020.09.09 11:00 기사입력 2020.09.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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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임 확정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취임 이후 1000명 구조조정 단행
2016년 흑자은행으로 탈바꿈시켜
코로나에도 올 상반기 순이익 양호
은행권 혁신 아이콘으로 불려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이 16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이 16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2015년 1월8일, 영국에 본사를 둔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이 한국의 제일은행을 인수해 설립한 지 10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인을 한국SC은행장에 앉혔다. 국내 은행업계에서 수위를 다퉜던 제일은행을 SC그룹이 인수해 영국식 은행운영방식을 입힌 이후 적자를 기록하며 내리막길을 걷고 있을 때였다. 특히 제일은행에서 한국SC은행으로 이름을 바꾼 것이 결정적이었다. 경쟁사들이 외형을 키워가는 동안 한국SC은행은 시장점유율이 급락하는 등 위기를 맞았다. 이 때 해결사로 투입된 이가 박종복 SC제일은행장(65)이다.


SC그룹의 카드는 적중했다. 1979년 제일은행에 입행해 현장을 누빈 정통 ‘뱅커’인 그는 한국인 행장으로서 소통 능력과 현장 경험을 살려 SC은행을 단숨에 바꿔놓았다. 한국내 다수의 은행 이용자들에게 친숙한 이미지였던 ‘제일’이란 명칭을 되살린 것도 박 행장이었다. 한국적 색깔과 분위기를 되찾으려는 그의 노력은 결국 실적과 수익성이라는 결실을 낳았다.

성과 인정 받고 최근 3연임 확정

지난 6년 여간 SC제일은행을 이끌어 온 박 행장의 3연임이 확정됐다. 새 임기는 내년 1월8일부터 3년 간이다. SC제일은행은 지난 3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잇따라 열고 박 행장을 차기 은행장으로 재선임했다. 차기 행장을 조기에 선임해 조직 안정을 꾀하고 불확실성을 해소하자는 이사회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SC제일은행은 설명했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충북 청주 출신으로 청주고와 경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현직 최고참 행장이다. 주요 은행의 최고경영자(CEO)는 모두 1960년대생으로 세대 교체됐다. 금융권 현역 중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68), 김지완 BNK금융 회장(74), 김태오 DGB금융 회장(66) 정도만이 선배다. 은행권의 버팀목 역할을 하면서 공개ㆍ비공개 석상에서 금융시장의 발전을 위해 쓴 소리도 마다않는다.

백발과 특유의 장난기 가득한 표정이 인상 깊은 그는 전형적인 외유내강 스타일이다. 2015년 행장 취임 직후 악역을 자처했다. 1000명이 넘는 직원을 구조조정 했던 것이다. 적자의 늪에 빠진 은행을 재건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박 행장과 직원들 모두 이 시기를 뼈를 깎는 고통의 시간으로 기억한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2014년 64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은행을 2년 만인 2016년 2245억원을 벌어들인 ‘흑자은행’으로 탈바꿈시켰다. 이후 매년 2000억~3000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웠던 올해 상반기에도 182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DLF, 라임 사태 모두 비켜가

자산관리(WM) 부문 집중 전략이 통했다. 상반기 비이자수익만 2104억원을 올려 지난해 상반기보다 25.7% 늘었다. 그러면서도 파생결합펀드(DLF), 라임자산운용 펀드 등 최근 불거진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모두 비켜갔다. 올 상반기 펀드 판매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약 64% 성장했고, 외화자산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약 37% 증가했다. 은행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국제결제은행(BIS) 비율도 15.19%로 다른 시중은행 보다 높다.


비결은 이른바 ‘3P(peopleㆍprocessㆍperformance)’다. 펀드 운용사의 경영진, 매니저, 애널리스트의 실력을 검증했다. 이직률도 들여다봤다. 운용 조직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짜고 관리하는지, 운용사의 투자관은 무엇인지도 꼼꼼히 따졌다. ‘모든 일은 사람에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난다’는 박 행장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또 전통적인 프라이빗뱅커(PB) 센터 위주에서 벗어나 고객이 쉽고 편리하게 WM 서비스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PB센터 비중을 줄이고 각 영업점마다 WM 전담직원(PB RM)을 뒀다. 은행 관계자는 “이들 PB RM은 주요 거점마다에 설치된 PB클러스터센터의 펀드, 보험, 외환 등 WM 각 분야별 전문가들과 협업해 고객에게 보다 수준 높은 자문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전했다.

혁신의 아이콘, JB

나이 지긋한 박 행장은 은행권에서 여전히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소매금융총괄본부장(부행장)이던 2014년 7월, 고객이 원하는 곳으로 은행원이 찾아가 태블릿 PC를 통해 업무를 볼 수 있는 모빌리티 플랫폼을 은행권 최초로 도입했다. 지난해엔 은행권 견제 대상이던 토스와 손잡고 제3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했다. 말로만 핀테크(금융+기술)를 외치는 것이 아닌 핀테크 회사와 한 팀을 이뤄 금융혁신을 이루겠다는 의지다. 이 은행은 토스뱅크 지분 6.67%를 보유하고 있다.


사석에서 만난 박 행장은 “SC그룹은 한국시장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내부적으론 SC그룹과 제일은행의 융합을, 외부적으론 한국 금융시장에서의 SC제일은행 위상 재정립을 위해 아직 역할이 남아 있다”고 했다. 그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4200여명 직원들의 일자리를 지켜내는 것일 테다. 마침 지난달 30일부터 빌 윈터스 SC그룹 회장이 방한해 ‘한 달 살이’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와중에 글로벌 기업 회장이 해외에 장기 체류하는 건 이례적이다. 그만큼 SC그룹에게도 한국시장이 중요하다는 반증이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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