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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포럼]조직 내 자기관리, 당신은 어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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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포럼]조직 내 자기관리, 당신은 어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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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서울 강남에 심사 일정이 있어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중의 일이다. 내가 버스를 탔을 때는 사람이 많지 않아 앞쪽 1인 좌석에만 탑승객이 조금 있을 뿐 뒤쪽 좌석은 탑승객이 거의 없었다. 냉방이 가동되어 버스는 시원했고 버스 탑승객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바뀐 환경 중의 하나일 것이다. 다음 버스 정류소에 정차한 버스는 탑승객 두 사람을 태우고 움직였다.


탑승객 중 연세가 있어 보이는 분이 젊은 남성 앞에 바짝 다가서서 "어른을 봤으면 일어나야지, 요즘 젊은것들은 예의가 없어"라고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야단의 말 한마디는 버스 안 분위기를 차갑게 만들었다. 운전기사님이 "어르신, 빈자리에 앉으셔요. 차가 움직이니 위험합니다"라고 조심스럽게 안내를 했지만, 그분은 젊은 남성의 양보를 받고 나서야 조용해졌다. 그분은 마치 처음부터 자신의 자리였던 것처럼 두 다리를 편안하게 벌리고 자세를 고쳐 앉으며 의지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한동안 버스 안에 정적이 흘렀다.

현재 모 채널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발달장애가 있는 형과 그 형을 곁에서 지켜주는 동생이 나온다. 형제가 둘리 만화를 같이 보던 중 동생이 형에게 둘리와 그 친구들을 받아준 고길동은 맨날 애들을 구박하면서도 왜 같이 사느냐고 물었다. 형은 "보호자니까, 어른이니까"라고 대답한다. 동생이 자기도 어른이 되고 싶다고 하자 형은 "노력하면 어른이 될 수 있어, 노력하면은"이라고 답해준다. 누구나 노력하면 다 어른이 될 수 있다고 다시 한번 동생에게 강조한다.


종영이 된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에서도 어른에 대한 대사가 있다. 표정도, 말도 없는 파견직 여사원. 가끔 얼굴에 멍이 들고, 추운 겨울 발목이 드러나는 짧은 양말에 얇은 운동화를 신고 출근하는 그에게 어느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런 파견직 여사원을 한번씩 바라보며 의문을 가지고 있던 부장이 팀원들에게 파견직 여사원에 대해 알아보라고 이야기했다. 그 팀원들이 부장을 향해 왜 파견직 여사원에게 관심을 가지시냐며 이상하다는 듯 묻자, 그 부장은 이렇게 대답한다. "어린애잖아, 내가 어른이고." 짧고 굵은 그 한마디가 기억에 남았다.


내가 어릴 때는 주변에 어른이 많았다. 대문 밖에만 나서도 동네 어른들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고, 내가 학교를 가는지, 학교에서 오는지, 친구와 놀러 가는지, 싸웠는지, 즐거운지, 배가 고픈지까지 늘 자기 자식 돌보듯 나를 돌봐 주셨던 것 같다. 잘못한 일에는 눈물이 쏘옥 빠지게 야단도 치시고, 잘하면 칭찬도 아끼지 않으셨던 그 어른. 우리 주변에 늘 계셨던 바로 그 어른. 그 많던 어른들은 다 어디에 계실까?

어른이란 무엇일까? 부모 앞에서는 어른아이로의, 혼자일 때는 아이어른으로, 자녀들 앞에서는 인생의 선배어른으로 사회 속에서도 어른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볼 수 있다. 역사 속 성인일 수도 있고, 한 사회의 지도자, 어떤 사람의 멘토, 어느 조직원의 상사나 선배, 세월이 만들어준 성인일 수도 있는 어른. 20세에 어른이 되었다는 성인식을 통해 어른이라는 자격증을 받는다. 그 자격증을 받으면 바로 어른이 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성인식 때 받은 초보 어른 자격증을 가지고 건강한 노력을 한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보호자가 되고, 책임자가 되며, 존경받고 함께하고 싶은 어른다운 어른이 될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짐이 되고 피해가 되며, 스스로 한 약속도 잘 지키지 못하는 부끄러운 어른으로 남을 수도 있다. 나는 과연 어떤 어른인가? 선한 영향을 주는 노력을 하고 있는 어른인가, 불통의 어른인가?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은 하고 있는 걸까? 노력하면 좋은 어른이 될 수 있기는 한 걸까?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다. 가족 안에서, 회사 조직 안에서, 더 크게는 이 사회 속에서 나는 과연 어른일까?


박란 동아TV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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