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시론]전통기업의 디지털 혁신과 업의 본질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시론]전통기업의 디지털 혁신과 업의 본질
AD
원본보기 아이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으로 디지털 전환에 가속도가 붙었다. 기업들은 그 동안 축적한 비대면(언택트) 대응역량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산업지형 재편에서도 핵심으로 부각되는 디지털 혁신은 이제 방향이 아니라 속도의 문제로 전환됐다. 아날로그 사업모델의 전통기업들이 디지털 트렌드와 실제 사업과의 연관성에서 느끼던 거리감은 순식간에 위기감으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조급한 마음에 무작정 서두른다고 능사는 아니다. 전통기업은 소위 '업의 본질'을 재규정하고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아날로그 사업들이 디지털 기술과 접목돼 재탄생하는 실제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차장 사업은 통상 빌딩관리에 부속된 낙후산업으로 인식된다. 도심의 유휴지와 연로한 어르신의 이미지가 중첩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IT 기반의 첨단 플랫폼 사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체감하는 개인적 경험이 있었다. 수년 전 서울 도심 빌딩의 지하에 주차하고 업무를 보았다. 주차비를 정산하고 주차장을 나가려는데 차단기가 열리지 않았다. 인터폰을 누르니 젊은 담당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후사정을 설명하고 빨리 내려와서 차단기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더니 '지금 경기도의 데이터센터에 있으니 차안에서 기다리면 확인하겠다'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잠시 후 주차장을 나오면서 IT 기반의 원격통합관리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변화가 실감됐다. 2000년대 초반부터 선진국에서 주차장 사업이 IT 기반의 전문업체로 재편되는 트렌드를 서울에서 경험했다. 전형적인 아날로그 사업이었던 주차장은 현재 정보통신과 빅데이터에 기반한 디지털 플랫폼 사업으로 변신했다.

정육점은 아날로그 시대의 대표적인 소상인 사업이다. 쇠락하는 재래시장이나 소규모 근린상가의 점포가 먼저 연상된다. 대형유통업체들이 등장하면서 축산물 유통도 효율화됐으나 도축에서 판매에 이르는 다단계 가치사슬의 기본구조는 변함 없었다. 하지만 디지털 언택트에 기반한 혁신적 사업모델이 등장했다. '초신선'을 표방하는 스타트업인 정육각은 도축된 고기를 4일 이내에 소비자에게 배송한다. 기존 구조에서는 평균 10일 이상이 소요되던 유통단계를 대폭 단축했다. 이러한 변화는 도축 후 가공업체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Direct to Customer: D2C) 구조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운 과제들은 응용수학을 전공한 청년 창업자가 인공지능(AI)의 머신러닝, 빅데이터 분석, 수요예측 알고리즘 등의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해결했다. 낙후된 이미지의 정육점 사업이 디지털 기술과 접목되면서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디지털 격변이라는 단어는 20여년 전에 등장했지만 업종마다 민감도는 달랐다. 미디어ㆍ통신ㆍ유통분야에서는 시장질서를 바꾸는 변화가 진행됐지만 철강ㆍ화학ㆍ식품 등의 분야에서는 기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 정도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대기업 위주의 사안으로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의 체감도는 높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차장과 정육점 외에 세탁ㆍ식당ㆍ방역 등 전형적인 소규모 분산형 아날로그 사업영역으로도 디지털 혁신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양상에서 영역과 규모를 불문하고 전방위로 파급되는 디지털 격변을 실감하게 된다.


전통기업들이 현재의 아날로그 사업모델만으로는 미래 생존이 어렵다. 하지만 디지털 기업들을 모방하면서 따라잡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기존 기업들이 '업의 본질'에 기반해 디지털 기술을 접목시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이러한 개념을 콘택트(Contact)라는 아날로그 고유의 가치에 언택트(Untact)라는 디지털 기술을 융합해 고객관계를 깊이 구축하는 딥택트(Deeptact)란 단어로 압축할 수 있다. 격변의 시기를 맞아 '아날로그에는 있고 디지털에는 없는 경쟁요소'를 추구하는 융합적 접근이 유효한 대응방향이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PICK

  • 매끈한 뒷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