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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강소기업과 요트, 시장 떠나는 기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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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섭 중기벤처부 차장] 최근 만난 한 중소기업 대표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물었다. 이 시국에 회사를 계속 운영하는 게 맞을까요. 경기침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최저임금 인상 등 기업 경영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심경을 나타냈다.


이 중소기업인은 연료 관련 회사를 20년 이상 경영하고 있다. 축적된 기술력과 우수한 품질을 바탕으로 매출액 100억원 이상의 강소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인들의 권유가 계속 신경쓰인다.

이 중소기업인은 지인 가운데 한 기업인이 해외 기업에 사업체를 매각했다고 전했다. 기업을 옥죄는 환경에서 더 이상 사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게 이유였다. 이 지인은 매각대금으로 고급 요트를 구매해 여러 지역을 여행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만끽하고 있다. 또 다른 기업가 지인도 사업을 정리했다고 한다. 같은 이유에서다. 오랫동안 열심히 사업하면서 번 돈으로 인생 2막을 살고 있다.


지인들은 이 중소기업인에게도 사업을 과감하게 접고 마음 편하게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보라고 권유하고 있다. 수십 년을 한우물만 파면서 국가산업 발전과 고용 창출에 기여해왔던 이 강소기업인도 지인들의 권유에 마음이 흔들릴 만큼 비상시국이다. 갈수록 기업하기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계속 버티다가는 그동안 잘 성장시켜왔던 사업체마저 흔들릴 수도 있다.


중소기업 관련 지표들을 살펴보면 중소기업인들의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올해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중소기업 6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76.7%가 전년 대비 현재 경영 상황이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면서 중소기업인들은 경기회복에 대해 여전히 불안을 느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되더라도 경영상황 회복에는 6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는 응답도 절반 이상으로 나타났다.


우리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이 전망될 정도로 매우 심각하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5월 중소제조업 평균가동률은 66.2%로 전년 동월 대비 7.8%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65.5%) 이후 최저 수준이다.


올 6월 중소기업들의 주요 경영애로(복수응답)로는 '내수부진(74.4%)' '업체 간 과당경쟁(37.4%)' '인건비 상승(35.0%)' '판매대금 회수지연(22.3%)' 등이 꼽혔다. 올 7월 '업황전망 경기전망지수'는 68.0으로 나타나 전년 동월 대비 14.0포인트 하락했다.


중소기업인들에게 더 심각한 문제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인상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인건비 상승은 중소기업들의 주요 경영애로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전원회의가 최근 잇따라 열렸다. 하지만 경영자 입장을 대변하는 사용자 측과 노동자 입장을 대변하는 근로자 측 위원들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특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5.4%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상시국에 기업인들의 어려움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과 근로환경 개선도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기업이 자금 부담과 매출 감소 등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공장 문을 닫게 되면 노동자들이 일할 수 있는 일터도 사라진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도 지킬 수 있다. 우리 경제와 경영환경이 매우 엄중한 상황이다. 중소기업인들이 대한민국 경영환경에 대해 불안감과 실망감을 느끼고 사업을 접지 않도록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내년도 최저임금도 최소한 동결되는 게 바람직하다. 잘나가던 강소기업인마저 사업을 정리한 뒤 대한민국 바다에 요트를 띄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김대섭 중기벤처부 차장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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