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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칼럼]말레이 최대 정당의 몰락과 나집 라작 前총리

최종수정 2020.06.30 13:23 기사입력 2020.06.3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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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월간 이어진 나집 툰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의 재판이 다음 달 최종 결론만 남겨놓고 있다. 말레이시아 최대 정당의 몰락을 초래한 이번 재판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최종 공판에서 나집 전 총리가 유죄를 받을지, 받는다면 42개의 혐의 가운데 유죄가 얼마나 될지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아세안칼럼]말레이 최대 정당의 몰락과 나집 라작 前총리

나집 전 총리는 화려한 경력과 카리스마로 말레이시아인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투자회사 1MDB와 스캔들로 얽히면서 파국으로 치달았다.

유명 정치 가문에서 태어나 비즈니스맨 생활을 한 나집 전 총리는 2008년 원 말레이시아(1Malaysia)라는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 캠페인은 말 그대로 민족 간의 화합과 국가 통합, 효과적인 정부 관리로 말레이시아를 하나로 강력하게 통합하자는 프로그램이었다. 소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정부 관료를 비롯해 시민들에게 다가간 이 캠페인 덕분에 2009년 집권당 움노는 60년 장기 집권을 이어가는 데 성공했고 나집 전 총리가 총리직에 오를 수 있었다. 기존 정치인들에 비해 뚜렷한 색깔을 보여준 그는 원 말레이시아를 즉각 국가 캠페인으로 확장하는 동시에 경제 개발의 일환으로 추진했다. 이를 위해 2009년 7월 1MDB라는 재정부 산하 정부 주도 국영 투자기업을 설립했다. 1MDB가 주도하는 경제 개발 목표와 초점은 매우 야심찼다. 외국과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외국인직접투자(FDI)를 확대하도록 노력해 에너지와 부동산, 관광업, 농기업 등을 개발, 말레이시아의 경제 발전을 약속했다.


나집 전 총리는 2013년 재선에도 성공하는 등 탄탄대로를 달려가는 듯했다. 하지만 2015년 1MDB 관련 일을 담당하던 스위스은행 내부고발자가 20만건에 달하는 공적 자금 횡령 문건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사라왁리포트 편집장에게 넘기면서 내부 부정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문건에 따르면 1MDB는 2015년에만 이미 110억달러(약 13조1800억원)의 빚을 안고 있었다. 또한 7억달러의 금액이 1MDB 계좌에서 나집 전 총리의 개인 계좌로 이체되는 등 수많은 부패의 증거가 문건에서 발견됐다. 재정을 부정하게 사용한 사실은 말레이시아 국내 문제를 넘어 글로벌 스캔들로 확대됐다. 수많은 국가 재정기관 및 국제 투자은행(IB)들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됐다. 싱가포르 은행 계좌는 물론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록 회사나 골드만삭스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나집 전 총리의 1MDB 스캔들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났다.


나집 전 총리와 말레이시아반부패위원회(MACC)가 이 사건과 관련해 무죄를 주장하면서 최대 횡령 스캔들은 잠잠해지는 듯했다. 그러나 나집 전 총리를 향한 같은 당 정치인들의 소송과 나집 전 총리 자택 수색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은 더 큰 스캔들이 됐다. 그의 자택에서 발견된 것은 수만 개가 넘는 고가 핸드백과 시계, 보석이었다. 이 부정의 증거물을 옮기는 데 트럭 5대로도 모자랄 정도였다. 이 때문에 나집 전 총리의 부인 로스마 만소르는 말레이시아의 이멜다(필리핀의 전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부인)라는 말이 나오게 됐다.

이런 비리로 결국 2018년 선거에서 움노 정당은 60년 만에 반대 정당인 국민전선(PKR)에 총리직을 내주는 참패를 겪게 됐다. 버르시(말레이어로 '깨끗한'의 의미)와 같은 야당과 시민이 조직한 비정부기관 공정 선거 연합의 역할이 이런 선거 결과를 끌어내는 데 커다란 공헌을 하기도 했다.


배임, 공적 자금 횡령, 반부패법 위반 등 42개의 혐의로 기소된 나집 전 총리의 화려한 스캔들은 많은 걸 내포하고 있다. 화려한 경력의 정치인이자 비즈니스맨이 어떻게 정치력을 활용하고 글로벌 경제망을 이용해 자신만을 위한 거대한 경제 왕국을 설립하려고 했는지를 희대의 스캔들은 보여준다. 정치적 변화에 매우 보수적인 말레이시아에도 변화를 일으킨 나집 전 총리의 최종 공판 결과는 우리도 주목할 만하다.


김혜진 싱가포르국립대학교 정치국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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