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시시비비] 김정은 대적행위 보류…이후의 정세는

최종수정 2020.06.29 14:32 기사입력 2020.06.29 14:32

댓글쓰기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시시비비] 김정은 대적행위 보류…이후의 정세는

위기로 치닫던 남북관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등장했다. 파국 직전 무대 천장에서 내려와 갈등을 정리하는 고대 그리스 연출기법 '신의 기계적 출연(Deus ex machina)'이 떠 오르는 대목이다. 그의 등장으로 일거에 모든 공세가 '정지'됐다. 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 '화상회의' '보류' 등 이례적 장치들이 동원됐다. 북한은 파상공세 속에서도 남측의 처사에 따라 '대적행동'의 강도와 결행 시기를 정하겠다고 해 왔다. 애초 속전속결로 일거에 '단절'을 목표로 옮기는 행동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남측을 크게 흔들어 보는 데 목적이 있었던 듯하다. 남측의 대북 접근에 긴장을 부여하고 합의 이행의 진정성, 의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 결과 북한은 일단 긍정적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의 '보류' 카드는 하반기 정세를 주도할 강력한 무기다. 북한이 제기한 문제를 어떻든 해결하지 않으면 공세가 재개될 수 있다는 '긴장'이 보류 카드의 핵심이다. 공을 남측으로 넘긴 것이다. 한편으로 미국에도 남북 합의 이행에 끼어들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제기한 문제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지난 6월17일 담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담화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대북전단지 문제 해결, 남북한 합의 불이행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 한미 공조와 분리된 남한의 자주적 행동 등이다. 대북전단지 문제를 어떻든 끝맺음하란 얘기다. 전단지는 북한 내부 통치는 물론 남북 관계에서도 문제적 대상이다. 그리고 소극적 태도를 보였던 남북합의 이행에 대한 과감한 추진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개입을 막고 군사 위협을 하지 말란 얘기다.


그렇다면 우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우선 대북전단지 문제의 끝맺음은 필요하다. 남북 합의정신, 법적·인권 차원 둥 재발을 확실히 막는 조치가 강구돼야 한다. 둘째, 대북 메시지 관리다. 메시지에는 최대한 추상적 개념보다는 정말 할 수 있는 구체적·실질적 아이템 중심으로 담을 필요가 있다. 셋째, 4·27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 등 합의에 대한 체계적 점검 및 추진계획 재설정이다. 한국 내부적으로 추진할 내용, 남북 협의로 풀어야 할 문제, 국제사회와의 협력 내용 등을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북합의 중 본질 문제를 중심으로 대북정책의 단기 및 중장기 목표를 재설정하는 것이다. 특히 임기 내 우선순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보류 결정 이면에는 미국에 보내는 두 개의 메시지가 있다. 하나는 남북 이행을 방해하지 말라는 목소리다. 어떻든 2018년 정세 전환의 성과가 내부적으로 필요하다는 얘기다. 북·미가 당장 힘들다면 남북합의 이행의 성과라도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다른 하나는 향후 어떤 미국 정부가 들어서든 북·미 협상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메시지다. 북한은 올해 들어 대외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국에 대한 직접 비난을 피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미국과의 새로운 관계 수립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다. 이는 '비핵화'에 대한 그의 의지가 미국과의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는 얘기도 된다.

결국 보류 결정 이면에는 자신들의 대남 공세가 자칫 한미와의 군사적 긴장, 한미연합훈련의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부담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강경 선회 우려, 북·미 협상 판 유지, 문재인 정부 외교 역량의 재평가 등이 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회고록은 북한 시야에서는 포착되지 않았던 미 행정부 내 관료적 저항과 이전투구, 한국의 막전 막후 외교술이 돋보인 텍스트다. 이제 남북이 할 일, 북·미가 할 일을 구분하던 '역할론'을 제고하는 새로운 발상이 필요한 때다. 남북 모두에.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