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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우리는 언제나 역사의 한가운데 있다

최종수정 2020.06.30 17:39 기사입력 2020.06.3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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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우리는 언제나 역사의 한가운데 있다


유럽의 역사를 읽다 보면 왕가 사이의 빈번한 혼인에 놀라게 된다. 그리고 나라가 왕의 사유물처럼 상속됐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왕이 서거했을 때 국가가 다른 나라의 군주 혹은 누군가에게 상속되기도 하고, 다른 나라를 상속받기도 했다. 때로는 이와 같은 상속에 의해 대제국이 탄생하기도 했다.


스페인의 카를로스 1세와 신성로마제국의 카를 5세(1500~1558)는 동일 인물로 그가 상속받은 나라가 그랬다. 상속받은 나라가 다르니 왕명도 나라에 따라 달리 불린 것이다. 1519년이 되면 그는 상속에 의해 스페인, 네덜란드, 부르고뉴, 독일, 오스트리아, 보헤미아, 헝가리와 이탈리아의 일부를 차례로 거느리게 된다. 그와 더불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1492년 신대륙을 발견한 이후 적극적으로 신대륙의 정복에 나선 것이 스페인이었다. 에르난 코르테스와 프란시스코 피사로로 하여금 마야와 잉카를 정복하도록 허락한 것도 그였으며 페르디난드 마젤란의 세계일주 항해가 이뤄진 것도 그의 치세하에서다. '태양이 지지 않는 제국'이라고 하면 영국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그 원조는 스페인이었다.

16세기 신대륙에서 유럽으로 막대한 금과 은이 유입됐다. 이 귀금속은 스페인의 세비야로 집중되도록 돼 있었다. 세비야에 금과 은의 무역을 관리하는 무역거래소(Casa de la Contratacion)가 있었다. 이를 통해 신대륙에서 유입된 금과 은이 유럽의 각 지역으로 전파됐다. 신대륙의 귀금속은 한 세기 가까이 유럽의 물가를 상승시켰고 그것이 자본주의의 근본이 된 자본 축적의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알려져 있다.


카를로스 1세가 다스리는 영역은 프랑스를 에워싸고 있었다. 사이가 좋을 수가 없었다. 당시 유럽은 만만치 않은 세력가들이 다스리고 있었다. 카를로스 1세를 비롯해 지금도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군주라는 프랑수아 1세, 영국을 로마 가톨릭의 지배로부터 독립시킨 헨리 8세 등 서로 잘 지내기가 쉽지 않은 절대군주들이 치세하던 때인 것이다. 따라서 이런저런 이유로 전쟁도 끊이지 않았다. 신흥 이슬람 세력인 오토만제국과도 전쟁이 없을 수가 없었다.


1556년 카를로스 1세는 스페인, 네덜란드 등은 아들 펠리페 2세에게,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보헤미아 등 신성로마제국은 동생 페르디난드 1세에게 제국을 분할하여 양위하고 스페인의 한 수도원에서 여생을 마쳤다. 그가 아들에게 물려준 것은 양분된 제국만이 아니었다. 막대한 국가부채와 재정적자도 함께 물려줬다.

펠리페 2세 그 자신도 만만찮은 호사가였다. 특히 가톨릭교회의 수호자로서 마르틴 루터 이후 크게 일어서고 있던 신흥 개혁 종교에 대해 적대적이었다. 개신교 세력의 핵심이던 네덜란드에 대한 탄압으로 독립전쟁이 촉발됐다. 그것이 길고 긴 80년전쟁이다. 개신교 국가인 영국을 쳐부수겠다고 보낸 무적함대가 참패한 것도 그의 재위 기간에 일어난 일이다. 펠리페 2세는 1557, 1560, 1569, 1575년과 1596년 국가파산을 선언했다. 당시에는 왕이 파산한다고 채권자들이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그 후 스페인은 60여년 동안 여섯 번 더 국가파산을 선언했다. 그리고 다시는 카를로스 1세나 펠리페 2세 시대의 국가적 위세를 회복하지 못했다.


유럽의 강국 스페인이 몰락하는 과정을 보면 국정이라는 것이 쓸모없는 이념과 감정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우리는 언제나 역사의 한가운데에 있다. 지금의 잘못을 바로잡기에는 이미 늦게 되는 시간이 온다. 그래서 두려운 것이다.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 중이다. 그러나 빚을 내서 전쟁을 치르는 후과를 어찌할 것인가. 고개를 들어 우리가 서 있는 역사의 한가운데를 보라.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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