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에서 작은 식당을 그럭저럭 운영하던 최모씨는 올해 들어 주 52시간 근로제, 최저임금 상승,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매출 감소를 겪었다. 결국 지난달 개인회생절차를 통한 채무 조정을 받기 위해 서울회생법원을 찾았다. 당시 최씨의 채무는 주택 마련을 위한 담보대출 5억원과 영업자금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시중은행에서 대출받은 4억9000만원이 전부였다. 다른 문제가 없다면 최씨는 법원으로부터 개인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고 변제계획을 인가받은 후 3년간 성실하게 변제하면 나머지 채무는 면책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법원이 최씨에 대한 개인회생절차를 언제 시작(개시)하느냐에 따라 개인회생절차가 진행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개인회생절차 개시 신청이 기각될 수도 있다. 적어도 지난 9일 이전에는 말이다.
개인회생절차란 파산의 원인인 사실이 있거나 그러한 사실이 생길 염려가 있는 자로서 일정 금액 이하의 채무를 진 개인 채무자가 정기적이고 확실하거나 장래에 계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수입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수입 중에서 생계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비용 등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원칙적으로 최장 3년간 변제하면 나머지 채무에 대해 면책받을 수 있는 절차를 말한다. 이처럼 개인회생절차는 일정 금액 이하의 채무를 진 개인만이 이용할 수 있는데, 채무총액이 무담보채무는 5억원, 담보채무는 10억원 이하여야 한다. 일단 최씨는 신청 당시에는 채무총액 기준을 충족했다.
그렇다면 채무총액의 한도를 판단하는 기준시점은 언제인가. 지난 9일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이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 그래서 실무는 개인회생절차의 개시 결정 시점을 채무총액 산정 기준시점으로 했다. 이로 인해 개인회생절차 개시 신청 당시에는 채무총액이 채무자회생법이 정한 범위 내였으나, 신청 이후 이자나 지연손해금으로 채무총액이 변동돼 개인회생절차 개시 결정 시점에 범위를 넘어 신청 자격을 상실하게 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최씨도 신청 당시에는 채무총액 기준을 충족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렇지만 법원이 언제 개인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신청 자격이 상실될 수도 있다. 개인회생절차 개시 결정 전까지 추가로 발생한 이자가 1000만원 이하이면 절차 개시 결정을 할 수 있지만, 1000만원을 넘으면 신청 자격이 상실돼 신청을 기각할 수밖에 없다.
채무자회생법은 개인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신청일로부터 1개월 내 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사건의 증가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위 기간 내 개시 결정이 이뤄지기 어렵다. 이로 인해 법원이 언제 개인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신청권자의 자격이 결정되는데, 이는 법원에 과도한 재량권을 준 것이 된다. 신청권자 입장에서는 신청 당시 정확한 개인회생절차 개시 결정 시기를 알기 어렵다. 그래서 필자는 재정적 어려움으로 파탄에 직면한 개인 채무자의 재기를 돕기 위해 개인 채무자의 채무총액 산정 기준 시점을 개인회생절차 개시 신청 당시로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끊임없이 주장했다. 지난 9일 이후에는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됐다. 채무자회생법이 개정돼 채무총액 판단 시점을 개인회생절차 개시 신청 시로 명확히 규정한 것이다. 이로써 개인회생절차를 신청하려는 개인들은 절차 개시 여부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개인회생절차는 2004년 9월23일 시작됐다. 당시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으로 신용불량자 문제가 발생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급하게 도입됐다. 그야말로 거칠게 지어진 집이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실무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꾸준히 개선해왔지만 아직도 보수가 필요한 부분이 많다. 신속하게 손볼 필요가 있다. <전대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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