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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슈퍼카 세금 논란

최종수정 2020.06.19 14:00 기사입력 2020.06.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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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슈퍼카 세금 논란


사회 분위기가 뒤숭숭할 때 기강 잡기 차원에서 세무조사가 더러 동원되기도 한다. 부동산투기자나 호화생활자가 주로 그 대상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부를 과시할 요량으로 고급 외제승용차인 람보르기니나 페라리 등 슈퍼카를 몰고 다닌다.


최근 과세관청 발표에 따르면 회사 명의로 수십억원 상당의 슈퍼카 여러 대를 구입해 전업주부인 배우자와 대학생 자녀가 사용토록 제공했다고 한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고급 외제차 보유를 나무랄 수 없지만 공평과세 입장에서 보면 적잖은 문제가 있다. 그 행위 뒤에는 탈세가 숨어 있을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세법과 세무행정은 고급 외제승용차 문제에 매우 엄격했다. 1990년대에는 그 소유 자체만으로도 세무조사 대상자에 선정되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한국 정부가 외제승용차 구입자에 대해 세무조사 등 불이익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항의할 정도였다. 당시에는 세무조사가 이른바 비관세장벽(자국 제품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부과 이외의 방법으로 외국으로부터 수입을 억제하는 정책) 역할을 한 셈이었다.


외제승용차가 한국시장에 넘쳐나자 소유사실만으로는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할 수 없게 되었다. 그 대신 '업무와 관련 없는 비용'이라는 조항으로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는 회사가 소유한 차량만이 대상이었다. 사람들이 금방 세법 조문의 허점을 간파했다. 슈퍼카를 소유하지 않고 임차해 타고 다녔다. 그래서 렌터카시장이 제법 활황기를 맞았다.


과세관청은 2016년 이들의 탈세를 막고자 적용 대상에 임차 차량을 포함하고 비업무용(출퇴근용이나 시장보기 등)으로 사용하는 것을 규제하기 위해 운행일지를 작성하며 운전자 보험가입을 법인의 직원으로 한정토록 세법을 개정했다(법인세법 제27조의 2). 슈퍼카를 타고 다니는 사람을 제한한 것이다.

현재는 졸부들이 법인을 만들고 슈퍼카를 구입한 뒤 가족들을 직원으로 이름을 올려 몰고 다닌다. 열 사람이 한 사람의 도둑을 막지 못하는 셈이다. 법이 금지하지 않는 행위라고 해서 도덕적으로도 옳지는 않다.


세법으로만 이런 행위를 막을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세법은 세금을 거두기 위한 것이지 위법 행위를 처벌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법상 이사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가 부여되고 있으므로 슈퍼카를 소유한 법인의 자동차 운행일지 조작이나 허위 채용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상법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처벌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슈퍼카를 바라보는 잣대는 공평과세이다. 정상적인 사업가라면 회사 비용을 줄이기 위해 불필요한 승용차의 구입을 억제할 것이다. 이러면 비용이 줄어들어 세금을 많이 낸다. 반면 슈퍼카를 운용할 경우 비용이 많이 들어 세금을 조금 낸다. 관건은 이 차이를 어떻게 조정하느냐다. 슈퍼카를 이용하는 사업자와 그럴 수 없는 처지인 근로소득자의 세금부담 형평성 문제도 있다.


프랑스는 매년 근로자가 소유하는 자동차의 배기량과 운행거리를 기준으로 세법에서 인정하는 평균 유지비용(2019년 기준 출퇴근 거리가 20㎞일 경우 최대 4253유로ㆍ500만원 상당)을 고시하고 있다. 그 고시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세금을 물린다. 우리나라 슈퍼카에도 이 기준을 참고할 만하다고 본다.


그러나저러나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되었다면 해당 법인이나 기업주는 그동안 사업 전반에 대해 세무조사를 받으며 대부분 슈퍼카 가격보다 몇십 배 더 많은 세금을 추징당할 것이다. '값싼 것을 좇으면 항상 상당한 대가를 지불하게 된다'는 러시아의 문호 알렉산더 솔제니친의 말을 생각나게 한다.



안창남 강남대학교 경제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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