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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구 시대 공식 깨자" 박정호 대표의 '혁신과 헌신'

최종수정 2020.06.10 10:18 기사입력 2020.06.1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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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SK텔레콤의 을지로 본사에서 열린 '비대면 타운홀'에 참석한 박정호 대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3일 오후 SK텔레콤의 을지로 본사에서 열린 '비대면 타운홀'에 참석한 박정호 대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우리 회사가 할 일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 구(舊)시대의 공식을 깰 때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를 한 단어로 정의하면 '승부사'로 요약된다. 반도체 위기론이 한창일 때 옛 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하는 등 그간의 행보에서 드러난 과감한 기질 때문이다. 하지만 지근 거리에서 박 대표를 보좌하는 임원들은 "사고의 틀과 경계가 없는 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들을 쏟아내거나 더 좋은 아이디어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혁신가'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와의 초협력, 지상파3사와 손잡은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 출범 등 시대의 장벽을 넘어선 혁신의 결과물들은 그렇게 탄생했다.

◆'2030 직원들도 의사결정' 파격 제안= 지난 3일 오후 장장 4시간에 걸쳐 진행된 SK텔레콤의 '언택트(비대면) 타운홀 미팅'은 혁신가로서 박 대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청바지 차림으로 스트리밍 방송에 출연한 그는 직원들의 댓글 질문에 일일이 답하며 회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박 대표가 이제는 깨야 한다고 외친 '구 시대의 공식'은 이동통신으로 대표되는 상품ㆍ서비스, 업무 분야를 구분짓는 부서ㆍ조직 간 장벽, 비효율적 근무 방식 등으로 요약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다하고 있지 않다"는 자성도 여기에서 출발했다. 탈(脫)통신에 그치지 않고 디지털 뉴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갈 글로벌 선두주자로서의 역할을 고민해야만 할 때라는 것이다. 이동통신 가입자 수, 점유율에 급급해했던 기존 시각부터 탈피할 것을 주문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박 대표가 강조한 것은 '애자일(agileㆍ조직의 민첩성과 유연성)'. 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 상명하복의 톱다운 방식이 아닌, 각 개인이 권한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만 SK텔레콤이 '죽는 조직'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서비스 출시 전 디지털 세대인 2030 젊은 직원들에게 의사 결정을 받자고 파격 제안해 화제를 모았다.

박 대표는 일하는 방식에서도 구 시대의 공식을 깨는 혁신 실험을 이어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 대기업 최초로 전사적 재택근무를 실시한 데 이어, 전 직원이 본사가 아닌 집 근처 10~20분 거리의 사무실로 출근할 수 있도록 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기존 사고의 틀을 깨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을 주도해나가자는 게 주된 요지였다"며 "앞서 제시한 '초협력' 등의 화두와도 이어진다"고 평가했다. 이는 "변하지 않는 기업은 급사한다"고 서든데스(Sudden death)를 경고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메시지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룹 내에서 박 대표를 가리켜 이른바 최 회장이 요구한 '딥 체인지(Deep Change)'에 가장 부합하는 최고경영자(CEO)라는 평가가 쏟아지는 배경이다.


◆신기술·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심= 박 대표가 SK텔레콤을 이끌면서 가장 골몰하는 분야는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과 이를 통한 사회적 기여다. 올해부터 경영 2기 체제에 돌입한 박 대표는 최근 의료장비 원천기술 기업 '나노엑스' 지분 투자를 결정하며 블루오션인 의료영상장비시장에도 진출했다. KDB산업은행 등과 함께 선보인 'T이득통장'은 업종의 한계를 벗어던지고 네이버ㆍ카카오 등과의 경쟁에서 '테크핀'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각오가 읽히는 부분이다.


평소 박 대표는 수십 명의 임원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 지시 사항을 전달하는 식의 회의를 좋아하지 않는다. 쓸데없이 길거나 불필요한 회의도 꺼리는, 이른바 '요점만 간단히' 스타일이다. 대신 식사시간 등 상대적으로 덜 경직된 자리에서는 폭넓은 관심사를 자랑한다. 해외 교육 사례부터 이민 정책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오가며 적용할 수 있는 분야들을 제안하고 함께 자리한 이들의 의견을 듣곤 한다. 또 다른 SK텔레콤 관계자는 "아이디어가 많고 창의적인 분"이라고 귀띔했다.


그룹 내에서는 '최태원 회장의 복심'으로도 통한다. 오너의 의중을 읽고 한 발 앞서 나아가는 결과물들로 높은 신뢰를 쌓아왔다는 평가다. 최근 SK텔레콤 본사에서 헌혈 릴레이가 진행되자, 최 회장이 당일 깜짝 방문해 동참한 것도 평소 두 사람의 스킨십을 보여주는 대표적 예다.


내부적으로 직원들의 신뢰도 상당하다. 앞서 직장인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인 '블라인드'에서는 한 경쟁사 직원이 박 대표와 관련한 기사를 올리자 "우리 사장님 정말 좋은 분"이라는 SK텔레콤 직원들의 댓글과 추천이 이어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당시 기사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전사적 재택근무를 결정한 박 대표가 콜센터ㆍ네트워크 등 협력사와 유통망 직원들의 열악한 근무 상황에 대한 대응 방안까지 주문했다는 내용이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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