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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중국서 욕받이 된 트럼프…치열해진 고래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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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서 공공의 적이다.


한국인 식탁에 술안주로 정치 얘기가, 그것도 대부분 동조 보다는 비난이 주류로 등장하는 것과 같이 요즘 중국에서는 트럼프 욕하기가 일상화되고 있다. 외교ㆍ정치에 문외한일 것 같은 할머니들도 마실 나온 공원에 모이면 트럼프 얘기를 할 정도다. 흔히 트럼프는 악질, 정신병자 등으로 묘사된다. 가만히 있는 중국을 건드리기 위해 홍콩, 대만까지 들쑤시는 악랄한 정치인이자 강국이었던 미국을 망가뜨리고 있는 정신병자로 인식돼 있다.

중국인들의 이런 인식에는 언론의 역할이 크다. 한결같은 목소리로 트럼프와 미국 때리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이 갖고 있는 미국 정치인들에 대한 인식은 중국 TV, 인터넷뉴스에서 표현되는 것과 대동소이하다. 중국은 언제나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노력하는 역할을 다하는 국가인데, 일방주의적이고 모순덩어리인 미 정치인들이 계속 중국을 공격하고 있다는 게 일관적인 이곳 언론의 메시지다.


최근 중국 관영언론들의 미국 비난의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원색적으로 바뀌고 있다. 보수 강경파의 목소리를 내는 환구시보는 영문판 글로벌타임스 홈페이지에서 가장 잘보이는 상단에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으로 시위대들의 분노 폭발' 코너를 따로 만들었다. 타오르는 불길이 배경인 이 코너를 클릭하면 각종 미국 시위 관련 뉴스가 집중적으로 나오고 노골적인 미국 비난 포스터들이 즐비하다.


후시진 환구시보 총 편집인은 트위터에서 미국 정치인을 나치 정권의 괴벨스와 비슷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연일 시리즈로 내보내고 있는 포스터에는 성조기가 그려진 나비넥타이에 흑인이 목 졸리는 모습이 담겨 있는 등 반미 정서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관영 영문뉴스 채널인 CGTV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조롱하는 1분30초짜리 게임 동영상을 만들어 게재하기도 했다.

중국 외교관들은 중국의 미국 때리기를 "선공격이 아닌 방어"라고 말하며 정당화한다. 무역전쟁을 일으킨 것도, 시위를 갖고 인권ㆍ자유 등을 운운하며 정치인과 정부를 공격한 것도 미국이 먼저 시작했다는 논리다. 중국은 자국의 이익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상응하는 조치를 할 뿐이니 모든 잘못과 책임은 미국에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 반복한다.


하지만 지금의 G2 관계 구도는 '선공격'과 '후방어'가 전혀 의미없어 보일 정도로 같은 공격자 위치에 있다. G2의 영향력을 크게 받는 주변국가들에는 정당화 될 수 없는 똑같은 '폭력'으로 비춰질 뿐이다.


G2의 팽팽해진 신경전은 곧 본격적인 주변국 줄세우기, 편가르기로 이어질 것이다. 이미 움직임이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중국이 제외된 G11 회의로 확대하려는 미국의 움직임과 활발해진 중국 최고지도부의 대외 활동은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동맹국 포섭을 위한 수단으로 비친다.


G2가 던진 주사위 때문에 한국은 선택을 강요받는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G11 확대를 계기로 세계에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는 기회를 잡는 동시에 G2를 자극하지 않고 사이에서 최대한 전략적으로 중립적 입장을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게 됐다. 전 세계를 상대로 휘두르는 G2의 주먹은 당분간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싸움에 휘말리지 않고 기회를 살리는 우리 정부의 현명한 전략이 필요하다. 정치인들의 말 한마디, 언론의 보도 분위기가 모두 G2의 편가르기 시도에 이용되는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 국익을 위해 신중해져야 할 시기다.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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