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W포럼] '나무'와 조직 내 자기관리

최종수정 2020.07.31 11:41 기사입력 2020.07.31 11:41

댓글쓰기

박란 동아TV 대표

박란 동아TV 대표



모 방송사에서 했던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최근 보기 드문 높은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출연자들과 인터뷰 형식으로 추가 2회분을 제작해 출연자들 개인적으로 드라마에 대한 생각, 맡은 역할의 의미해석 등 다양한 질문의 답으로 '부부의 세계'에 대한 출연자 리뷰 코너가 있었다. 기억에 남는 인터뷰가 있었다. "본인이 맡은 역할을 어떻게 해석하시고 임하셨나요?"란 질문에 배우 이무생은 "김윤기란 역은 지선우를 지켜주는 나무와 같은 역할"이라며 "나무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 또한, 누구에게도 절대 내어주지 않는다"라고 했다.


한동안 창밖에 있는 나무를 바라보았다. 나무는 한자리에서 태어나고 성장하고 성숙해서 주변에 바람을 통해 멀리 씨앗을 날려 보내고 그 자리에서 생을 마감한다. 보통 우리 부모님들이 자식들에게 "너는 나 닮지 마라. 멀리 큰 도시에서 네가 하고픈 일 하며 살아라"라며 자식을 큰 도시로 보내시며 이야기를 하시는데, 나무 또한 씨앗을 바람에 실려 날려 보내면서 같은 마음이었을까?

나무를 관찰해보면 한 기둥에서 가지는 사방으로 뻗고 그 끝에 나뭇잎을 깃발처럼 보내 여기까지가 내 영역이라는 듯이 피운다. 가지 끝과 다른 가지 끝은 만나지 못한다. 각각의 가지 끝은 그 공간을 점령하고 여백의 미까지도 만들어낸다. 나무는 가만히 있지만, 가만히 있지 않는다. 끝과 끝은 닿지 않지만 닿아있다. 한 평도 안 되는 땅에서도 좁다고 느끼는 대신 무한한 공간을 향해 뻗어 나가며 세상이 넓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움직이지 못한다고 푸념하지 않는다. 지나가는 바람에 가지를 흔들고 잎을 사그락거리며 자유를 만끽하고 바람과 자연스럽게 유대관계를 맺는다. 비가 올 때도 '투두둑 투두둑' 하며 다른 반응으로 응대를 하고 촉촉한 채로 싱그러운 공기로 화답한다. 햇볕이 뜨거울 때는 잎을 다림질한 것처럼 한껏 펼쳐 뜨거움에 대한 불만보다는 햇살을 받아들이고 반짝임으로 회신하며 에너지를 얻어낸다.


한자리에서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며 자신이 해야 하는 본분을 묵묵히 수행하는 것, 그리고 주변의 모든 풀과 빛과 바람 그리고 비와 눈, 자연이 주는 모든 에너지에 유기적으로 반응하고 공감하며 달큼한 풀 냄새도 풍기면서 함께 그 자리를 지킨다. 자기 역할을 잘하는 나무들이 있는 곳은 비슷한 나무들끼리 모여 자라게 되고 좋은 숲이 조성된다. 이는 또 다른 관계를 형성할 기회를 만든다. 그곳의 공기는 나무들만의 진한 향기로 다른 이들을 불러 모은다.

회사 내에서도 나무처럼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면서 주변의 다른 이들과 공감하고, 본인의 것을 나누고, 타인의 어려움을 들어주며 자신을 찾아와 준 이들과 하나가 되려고 하는 이가 있다. 그러한 사람들이 회사를 단단하게 만든다. 그들은 결코 자기의 일들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조용히 다른 일에 스태프로 왔다가 본인의 일에서는 빈틈없는 감독처럼 일을 처리한다.


회사 내의 역할이란 자리가 좁다고, 위치가 낮다고, 환경이 나쁘다고 탓할 것이 아니다. 각자 어떤 것과 반응하고 의미를 부여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지, 공감하려는 마음과 준비는 되어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닫힌 공간이 아닌 열린 공간, 창조적 공간으로 늘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주며 유기적으로 살아 숨 쉬는 독자적 냄새를 만들 것인지를 지켜봐야 한다.


함께 하고 싶은 그런 역할에 관한 이야기다. 따듯한 햇살과 살랑거리는 바람이 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오늘, 각자가 서 있는 자리를 돌아보고, 무한한 공간에 얼마나 많은 가지를 뻗고 있는지, 가지 사이사이 공간 속 이야기를 누구와도 나눌 수 있고 함께 숨 쉬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 보자.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