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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대공황을 걱정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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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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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경제 위기와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와 과거의 위기 사이에는 비교해볼 만한 유사점이 매우 많다. 정부가 통화를 확대하고 재정지출을 늘려 경기를 인위적으로 부양하면서 생겨난 버블이 꺼지며 모든 위기가 시작된다. 스페인 독감으로 침체한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미국은 1921년부터 막대한 돈을 풀었다. 통화량이 증가하자 이자율이 하락하고 주식 가격이 폭등하면서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지배했다. 시장이 과열된다고 느낀 미 연방정부이사회(FRB)가 긴축 통화 정책으로 전환하자 주식 가격이 폭락하고 실업자가 급증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도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려는 정부 정책 때문에 발생했다. 닷컴버블 붕괴와 9·11 사태로 심각한 경제 위기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로 FRB는 유동성 확대 정책을 썼다. 은행에 넘쳐나는 유동성이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의 서민형 주택 보급 정책과 맞물리면서 주택 버블이 형성됐다. 금리가 인상되자 채무 변제를 포기하는 대출자가 늘어났다. 이들에게 대출을 한 상업은행은 물론 모기지를 담보로 각종 파생상품을 판매하는 모기지 전문 금융회사, 투자은행(IB), 기관투자가 등 금융기업 전체가 연쇄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고 파산하는 기업이 속출했다.

현재의 위기는 실물경제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른 듯하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세계 경제가 대공황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로 위험 자산과 비유동성 자산에 대한 투자가 급증했다. 투자 등급 최하단에 위치한 BBB 채권에 대한 투자는 2008년에 비해 3배가 증가했다. 지난 5년간 주요 도시의 집값은 50% 이상 급등했다. 언젠가 터질 버블들이 코로나19 사태로 붕괴하고 있다.


불행의 원인인 돈 풀기로 불행을 치유하려는 위기 대처법은 언제나 똑같다. 은행이 무분별한 대출을 일삼아왔다고 비판하던 정부는 위기가 닥치면 은행이 대출을 너무 조심스럽게 한다고 닦달을 한다.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할 시점에 비생산적인 공공 사업을 벌이고 휴지를 줍는 공공일자리를 늘린다. 국민에게 가진 것을 모두 소비하고 주머니를 비우는 것이 경제에 이롭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돈이 없으면 상품권을 주겠다며 인심도 쓴다. 어디에 지출했는가에 상관없이 단지 지출이라는 행위가 번영을 가져올 거라는 어처구니없는 정책이 판을 치게 된다.


불황이 종식되는 데 걸린 시간은 상이하다. 1930년 대공황은 12년이나 걸린 반면 글로벌 금융 위기는 4년 만에 끝났다.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할수록 공황의 골은 깊고 오래간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전시 체제의 생산설비를 평시 체제로 전환하는 난제를 풀지 못한 세계 경제는 대공황을 극복할 여력이 없었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어느 때보다 약하다. 잠재성장률과 실질성장률의 차이를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 갭이 2013년에 마이너스로 떨어지더니 갈수록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대공황 당시 미국 정부가 범한 정책 오류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당시 미국 정부는 노동자의 구매력을 향상시킨다는 명목으로 최저임금을 도입하고 최대 노동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제한했다. 경제력 집중을 막는다며 생산설비, 가동시간, 생산량을 규제하면서 당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던 항공 등 신산업에 대한 투자 시기를 놓치는 우를 범했다. 더욱이 법인세, 소득세, 상속세를 대폭 인상하고 공공투자, 공공일자리, 복지 확대 등 비생산적인 곳에 지출을 늘린 것도 공황이 장기화하는 원인이 됐다. 현 정부의 정책과 너무도 흡사하다.


불황에 맞서 싸우겠다는 정부의 노력이 오히려 불황을 연장시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루트비히 에들러 폰 미제스의 말처럼 '불황은 상처 입은 시장의 치유 과정'이다. 대공황을 다시 겪고 싶지 않다면 단 한 번만이라도 반시장적 정책을 접고 시장에 치유할 시간을 줘야 한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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