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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법과 현실 간극 좁히는 '현장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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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법과 현실 간극 좁히는 '현장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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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국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봄꽃 축제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전라남도 구례군의 산수유 꽃축제도 취소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코로나19가 지금처럼 퍼지기 전인 올초 구례에 다녀온 기억이 떠올랐다. 지리산과 섬진강 사이에 자리 잡은 구례는 살아 숨 쉬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해마다 노란 산수유 꽃이 만발해 이른 봄의 정취를 느끼려는 상춘객의 발길을 재촉하는 곳이다. 당시엔 산수유나무가 꽃을 피우기 전이었지만 가는 길에 마주한 산기슭과 물줄기에서 자연의 정기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구례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감상하면서 친환경 식품 집적지구를 둘러보기도 했다. 2014년 4월 생활협동조합이 조성한 이곳은 각종 제품을 만드는 제조 공방을 갖추고 방문자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견학 시설을 운영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돕는 곳이다. 집적지구 안엔 농산물 소포장센터를 운영하는 농업법인이 있다. 이 법인으로부터 음식물쓰레기 재활용 문제로 겪는 어려움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음식물쓰레기 등 폐기물을 재활용하려면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폐기물처리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조그마한 땅을 경작하는 평범한 농부가 음식물쓰레기를 자기 농경지에 비료로 재활용하는 경우에도 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 이에 법에선 보다 간소한 절차인 '신고'만으로 재활용을 할 수 있도록 해 농가의 불편을 줄여주고 있다.


하지만 재활용 방식이 같더라도 그 주체가 농부가 아니라 농업법인인 경우 절차가 다르게 적용되고 있었다. 소관 부처인 환경부는 소규모로 재활용하는 농가의 부담을 줄여주려는 취지에 따라 대규모로 재활용할 역량이 있는 농업법인은 절차 간소화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따라서 이 농업법인은 음식물쓰레기를 자기 농경지에 비료로 재활용하기 위해 '허가'를 받아야 했다. 법령엔 신고할 수 있는 자에서 농업법인을 뺀다는 내용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았다.


법제처는 부처 협의에 나섰다. 신고할 수 있는 자가 개인인지 법인인지를 구별하는 대신 재활용 용량에 따라 구별하는 것이 법의 취지에 맞고 국민 불편 해소에도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환경부는 개인뿐 아니라 재활용 규모가 작은 소규모 농업법인도 폐기물처리 신고만 하면 재활용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적극 수용해 법령 정비를 추진 중이다. 현장의 목소리에 법제처의 꼼꼼한 검토와 소관 부처의 적극적인 노력이 더해져 합리적인 해결책을 끌어내 구례에 좋은 소식을 전해줄 수 있었다.

이처럼 법제처는 2013년부터 국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이를 바탕으로 관련 법령을 검토·정비하기 위해 현장간담회를 열고 있다. 간담회는 국민의 일상생활이나 경제활동을 불편하게 하는 불합리한 법령 또는 제도를 찾아내 고치는 법령 정비 업무의 일환이다. 불공정하거나 차별적인 법령, 현장에서 과도한 부담을 느끼는 법령, 포괄적·추상적으로 규정돼 재량권이 남용될 소지가 있는 법령 등이 정비 대상이다. 지난해엔 혁신성장 산업 육성, 지역경제 활성화, 공유경제 진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현실에 맞게 법령과 제도를 고쳤다.


법과 현실 간의 간극을 좁히고, 법과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푸르름이 더해지며 현장을 찾아가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 됐다. 앞으로도 법제처는 끊임없이 새로운 목소리를 듣고 불합리한 법령을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현장으로 가고자 한다. 하루빨리 코로나19를 극복해 또 다른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길 기대한다.


김형연 법제처장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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