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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경제읽기]한류보다 먼저 유행했던 日문화…그들의 흥망성쇠서 배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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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목판화 19세기 유럽에 큰 파장
20세기 중반엔 영화·음악 등 美시장서 큰 인기 누렸지만 1980년대 이후로 영향력 급감
한류, BTS·봉준호로 화제지만 언젠간 하향곡선 피하기 어려워
日, 美시장서 경쟁력 약화되자 애니메이션으로 돌파구 마련
한국은 웹툰 시장 경쟁력 높아…게임·화장품은 재정비 필요

일류(日流)의 역사는 길다. 길게 보면 19세기까지 올라간다.


1867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일본의 우키요에 목판화가 출품됐다. 일본의 생활상이나 풍경을 담은 판화인데 유럽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자포니즘(japonisme)'이라는 미술 사조가 이 판화를 통해 완성될 정도였다. 우키요에 판화가 유럽 미술계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건 일본의 민예품이 유럽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다. 우키요에 판화를 뭉쳐 도자기가 깨지지 않도록 완충제로 썼는데 이를 본 펠릭스브라크몽과 마네, 드가 등 인상파 화가가 우키요에를 차용해 그들의 화풍을 만들었다. 지금도 반 고흐의 작품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1963년에 사카모토 큐라는 일본가수가 부른 스키야키라는 노래가 미국 빌보드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그것도 부수적인 차트가 아니라 모든 싱글 앨범을 대상으로 하는 '핫 100'차트에서였다. 원래 제목은 '위를 보고 걷자(上を向いて步こう)'였는데 제목을 발음하기 어려워서인지 미국에서는 '스키야키'라는 당시 유행하던 일본음식의 이름을 가져다 붙였다.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문화의 세계 진출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일본 음악에 대한 열풍은 1970년대 핑크레이디라는 2인조 여성 그룹을 끝으로 사그라졌지만 지금도 여러 곳에 흔적이 남아있다.


영화와 드라마도 비슷하다. 1954년에 만들어졌던 일본 영화 '7인의 사무라이'는 6년 후에 할리우드에서 '황야의 7인'으로 리메이크돼 대단한 인기를 모았다. 일본 드라마는 1990년대에 젊은이들의 생활과 사랑 이야기를 다룬 트렌디 드라마 형태로 소개됐다. 우리나라에서 최수종과 최진실이 주연을 맡았던 '질투'가 그 유형을 본딴 것이다. 영원할 것 같던 일류(日流)는 1980년대 중반부터 약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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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에 대한 기대가 다시 커지고 있다. 상반기 중 시진핑 주석 방문을 계기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당시 내려졌던 한한령(한류금지령)이 풀려 한류의 중국 진출 재개될 거란 기대 때문이다. 2016년에 11억3000만달러에 달했던 우리나라의 개인ㆍ문화ㆍ여가서비스 수출이 한한령의 영향으로 2017년에 7억7000만달러로 줄어든 걸 감안하면 시진핑 주석 방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게 당연하다. 여기에 한류가 폭이 좁아진 대신 깊이가 깊어진 영향이 더해졌다. 수년 전까지 아이돌 가수와 드라마로 유지되던 한류는 비슷한 내용이 양산되면서 식상한 단계로 밀렸다. 이제는 형태가 나오더라도 과거만큼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대신 작년 4월 BTS가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함으로써 한 단계 도약했다. 영화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까지 도전하는 것도 깊이를 더해준 사례다.

질적으로 개선되기는 했지만 앞으로 한류 약화를 피하긴 힘들다. 우키요에 목판화와 스키야키에서 보듯 일본 문화의 전파력은 시간과 강도 면에서 한류를 압도했다. 일본의 경제적 위상도 일류의 전파에 큰 힘이 됐다. 이런 유리한 상황도 사람들의 취향 변화를 넘지 못했다. 이 벽은 미국의 할리우드만이 넘었는데 스스로 사람들의 취향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한류의 약화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일본은 일류의 약화를 자국 문화 컨텐츠 중 미국보다 경쟁력이 있는 부문을 찾아나서는 걸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그 때 선택됐던 게 재페니메이션, 만화 영화다. 1960년대 '타이거마스크'와 '우주소년 아톰' 이후 독보적인 위치를 놓치지 않고 있는데 일본의 만화영화 육성은 2001년 '센과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일본 영화사상 최고 흥행작이 되는 결실을 낳았다.


우리도 웹툰(webtoon) 산업을 생각해 볼 만하다. 국내 웹툰시장 규모는 2014년 2100억원 정도였다. 지금은 조 단위로 발전했다. 그것도 웹툰이라는 1차 시장의 규모만 추정해서이지 영화, 드라마, 캐릭터 상품 등 2차, 3차 시장까지 감안하면 규모가 훨씬 커진다. 1200만 넘는 관객을 모은 '신과 함께'나 '강철비' 같은 영화가 웹툰이기반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영향력이 어느 정도일지 알 수 있다.


웹툰 시장이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건 만화의 소비 형태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단행본이나 잡지가 중심이었던 오프라인에서 스마트폰에 의한 온라인으로 구독 형태가 바뀌면서 소비층이 늘어났다. 그 동안 청소년층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만화가 이제는 구독 연령이 높아지고 성별이 다양해졌는데 모바일 게임이 발달하면서 30~40대가 게임 소비의 중심으로 올라선 것과 비슷한 형태다.


또 하나는 게임이다. 2000년대 초에 우리 온라인 게임이 세계를 석권한 적이 있다. 2014년에 게임 수출액이 K팝의 11배, 영화의 132배에 달하기도 했었다. 그랬던 게임산업이 지금은 정체 국면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게임 업체들이 수 차례에 걸쳐 해외 시장 진출을 모색했지만 기획과 전략의 부재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정책도 문제였다. 게임을 보는 시각이 일관성이 없어 어떤 때는 문화 콘텐츠의 주역이라고 얘기했다가 어떤 때에는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산업이라 얘기하는 등 천차만별이었다. 지금은 중국에 밀려 힘을 못쓰는 있는데 게임산업의 규모가 어떤 문화사업보다 큰 만큼 진흥책이 필요하다.


화장품 등 2000년대 후반에 한류로 성장했던 산업도 재정비가 필요하다. 당시 국내 화장품회사들이 중국에서 큰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건 중국의 내수기업의 약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중국 화장품의 수준이 높아져 우리 제품이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지 않는 한 중국에서 사업을 하기 힘들어졌다. 보다 좋은 상품과 브랜드 파워를 키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영화시장에서 자국 영화의 비중이 50%를 넘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드라마 제작 편수도 다른 어떤 나라보다 많다. 힘있는 컨텐츠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산업으로서 한류의 목표는 한국이란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그만큼 정부의 역할이 큰데, 민간과 정부의 유기적 협력체계가 만들어져야만 한류가 좀 더 견고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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