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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아메리카노와 미국독립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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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우리나라에서는 커피의 대명사로 불리는 '아메리카노(Americano)'. 스타벅스 한국지점에서만 1억5000만잔 이상이 팔린다는 이 아메리카노는 사실 경멸의 의미에서 출발한 단어다. 18세기 이탈리아 여행가들이 미국에서 값싼 동남아시아산 커피콩을 그대로 보리차처럼 우려서 끓여먹는 것을 보고 미국 촌사람들은 저것도 커피라고 마신다는 경멸의 뜻을 담아 아메리카노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인들이 커피 맛을 몰라서 아메리카노를 먹었던 건 아니다. 18세기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미국에서는 영국의 중상주의 정책에 따라 중남미의 풍미 좋은 커피를 수입할 수가 없었다. 태평양을 수개월간 건너오면서 바닷물을 먹고 일부 부패한 인도네시아산 커피를 밀수해 먹어야만 했다. 당시 중남미 지역에서 커피 농장을 대규모로 운영하고 있던 이른바 '커피 벨트' 국가들을 지배 중인 스페인이 영국과 수백년간 철천지 원수로 지내다보니 더욱 커피 수입을 통제했기 때문이다. 당시 영국정부는 적국의 수입을 늘려줄 수 없다는 명분하에 자국은 물론 미국 식민지에도 커피 수입을 강력하게 금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커피에 대한 중상주의 정책은 결코 순수하지만은 않았다. 커피 수입 금지 정책의 배후에는 당시 영국 정치권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던 기업인 '동인도회사'가 있었다. 동인도회사는 당시 중국 청나라와 교역하며 홍차를 전 세계로 판매하고 있는 기업이었다. 동인도회사는 홍차의 최대 경쟁품인 커피의 유입을 막기 위해 영국 정치권에 각종 로비를 행했다. 심지어 1763년 영국이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이후 커피 생산지역인 프랑스의 중남미 식민지들을 점령하려고 하자 의회에 막대한 자금을 뿌리며 프랑스의 캐나다 식민지를 대신 점령하는 정책 방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도록 유도했다.


이로 인해 바로 코앞에 있는 카리브해 국가들에서 커피가 대량으로 나오지만 구할 수 없게 된 미국인들은 네덜란드 밀수꾼들로부터 인도네시아산 커피를 구해다가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영국에서 군대를 파견해 밀수 커피를 모두 압수해버리고 그 맛 없는 아메리카노마저 못 먹게 했다. 영국의 이런 아메리카노 탄압은 역사적인 '보스턴 차 사건'과 미국 독립전쟁으로 이어지게 됐다. 영국이 만약 이 아메리카노를 단속하지 않고 눈감아줬다면, 세계사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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