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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부동산 훈수, 도는 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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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환 건설부동산부장

"강남 집 사면 패가망신할 것." "집은 사는게(buy) 아니라 사는(live) 곳." "다주택자는 남는 집 내다 파시라."

대충 기억나는 것들이다. 역대 정부마다 국민을 향해 내놓았던 부동산 관련 훈수들이다. 선거를 앞둔 탓일까. 정부와 여당 안팎에서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백가쟁명식 훈수가 다시 쏟아져 나온다.


기폭제는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이다. "부동산 대책을 끝까지 내놓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마디에 너도나도 질세라 한마디씩 거드는 분위기다. 뜬금없이 청와대 정무수석이 나서 '주택거래허가제' 논란을 불러일으키더니 신임 국무총리도 취임 일성으로 "집은 투기는 물론 투자대상조차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서울시장은 심심치 않게 부동산 '국민공유제' 도입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개헌의 주제로 삼겠다"며 토지공개념 논쟁을 재점화시켰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강성 발언들을 지켜보며 일부 주장은 도를 넘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에서 나돌법한 급진적 생각들을 정부와 정치권이 무책임하게 쏟아내고 있다. 집값을 잡기 위해서라면 시장경제 자체를 부정하는 주장들도 부지기수다. 헌법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유재산권 제한을 인정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엄연히 그 한계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제한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원칙이다. 허가를 받지 않으면 집을 사고 팔수 없도록 하겠다는 발상이나 집부자 땅부자로부터 막대한 세금을 거둬들여 서민용 집을 지어줘야 한다는 생각, 시장경제에서 부동산이 투자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인식은 과도함을 넘어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시장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개입도 도를 넘고 있다. 강남권의 한 재건축 추진단지는 서울시의 어깃장에 수년째 한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시가관련 행정절차를 특별한 이유 없이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탓이다. 공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배경은 대규모 재건축에 따른 주변집값 자극이라는게 서울시 안팎의 관측이다. 이 과정에서 이미 2년전 재건축을 위한 국제설계공모가 끝났음에도 시가 설계비 지급의 전제조건인 수권소위원회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조합이 외국계 설계사무소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며 국제적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최근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 지연 사태 역시 관(官)의 무리한 개입이 원인이라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입찰 참여사인 건설사들의 일반분양가 보장, 분담금 납부 연기, 공공임대 배제 등이 관련법 위반, 입찰 방해 등이라며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지만 결국 검찰이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하면서 망신만 당했다.

이쯤 되니 기억의 시계는 정부 출범 초기였던 2017년 10월로 되돌아간다. 당시 추미애 민주당 대표(현 법무부장관)가 140년전인 19세기말 급진적 사회주의 이론인 헨리 조지의 지대개혁설을 끄집어 내며 '부동산 보유세' 도입 논쟁에 불을 붙인 때였다. 집값, 땅값 상승은 불로소득이니 보유세로 모두 환수해 사회복지에 써야 한다는 논리다.


당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토론회 강연 테이블 앞에 걸려 있던 글귀가 지금도 생생하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땅이 먹는다ㅠㅠ" 전형적인 편가르기 구호가 2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정부와 정치권에 깃들어 있는게 아닌가 걱정된다. 국민을 집 땅을 가진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나눠 선거에 활용하겠다는 심산인가. 배고픈건 참아도 배아픈건 못참는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려는 의도마저 엿보인다.


아무리 집값을 잡고 싶어도, 선거에서 승리하고 싶다 해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오죽하면 "부동산 사회주의를 하자는 거냐"는 걱정까지 나올까 싶다.







정두환 부국장 겸 건설부동산부장 dhjung6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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