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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북·미회담 깬 트럼프의 조커 '볼턴'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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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긍정적인 뉴스에서는 이름을 찾아보기 어려운 인물이다. '슈퍼매파'로 통하는 그는 미국의 대외 정책에서 부정적인 역할을 주로 맡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전적인 그를 NSC 보좌관에 발탁할 때도 의외라는 평가가 많았다. 북한과의 핵ㆍ미사일 갈등이 심해지자 '화염과 분노'라는 발언을 내놨듯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맞서는 '파워'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보여왔다. 그가 원하는 '위대한 미국'에 맞서는 세력이라면 동맹도 어느 순간 갈등 대상으로 돌변했다.


그럼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전쟁을 선호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는 것은 그가 막대한 전비를 치러야 하는 각종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혐오해왔다는 점에서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지금도 미국은 동맹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중동 등에서 미군 철수를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의 외교 정책이 개입주의에서 고립주의로 돌아서며 국제 정세가 혼란해진 것은 사실이다. 북한과의 갈등이 그랬고 최근 이란과의 갈등은 '롤러코스터'를 타며 세계를 위협해왔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한 국제 외교적 문제에서의 갈등은 오히려 제한돼 보인다. 대표적 예가 이란 군부의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암살 사건이다. 솔레이마니 사령관 살해로 미국과 이란 간 전쟁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전쟁 우려는 눈 녹듯 사라져버렸다.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른다는 '미치광이 전략'의 영향일까. 예고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지 못한 북한도, 미ㆍ중 무역 분쟁 휴전에 서명한 중국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극적으로 맞서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치광이 전략에 딱 들어맞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볼턴 전 보좌관이다. 그는 백악관에서 존재감이 약했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결정적인 '조커' 역할을 하기에는 충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이 등장한 결정적 장면은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이다. 당시 회담을 결렬시키는 데 볼턴 전 보좌관의 활약이 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볼턴 전 보좌관을 회담 결렬의 '신호'라고 지적하며 "매우 재수없는 사람"이라고까지 언급했을 정도다. 이 정도 카드라면 상대방에게는 눈엣가시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결정적인 조커였을 것이다.

단 조커가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전 보좌관 해임 이유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무아마르 알 카다피가 비참한 최후를 맞은 리비아식 해법을 제시했다고 밝힌 점은 북한 문제 해법에 대한 두 사람의 갈등을 드러낸다.


조커는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과정에서 '결정적 한 방'으로 여겨져왔다. 우려는 현실이 되기 마련인가. 미 상원의 탄핵 절차 개시 후 꺼져가던 트럼프 대통령 탄핵 공방의 불을 볼턴 전 보좌관이 다시 피워올렸다.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수세에 몰리는 상황이다. 굳건해 보이던 공화당 내에서도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김 위원장을 향하던 볼턴 전 보좌관의 화살이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하는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최근 국제 외교가에서는 미국 정부 내에서 하노이 2차 북ㆍ미 정상회담 때 북한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 제안을 받아들여야 했다는 인식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 볼턴을 등판시키지 않았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1년 가까이 교착 상태인 북ㆍ미 관계를 떠나 최소한 조커의 '역습'을 받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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