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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도시순례]제조업 유치, 사회적 기반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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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도시순례]제조업 유치, 사회적 기반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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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이다. 세계 5대 제조업 강국을 꼽는다면 미국, 일본, 독일, 한국, 중국 5개 국가가 그 대상이다. 대한민국은 제조업의 급속한 성장을 통해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가지게 됐으며,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제조업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1980년부터 2017년까지 37년 동안 한국 경제 성장에서 제조업이 기여한 비율은 30.4%이며, 운수, 도ㆍ소매, 금융ㆍ보험 등 '제조 관련 서비스업'까지 합치면 66.4%에 이른다. 제조업이 국내총생산(명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수준으로 세계최고이며, 국내 제조업체는 41만6000개(전국 사업체 조사), 제조업 고용은 404만명(2016년 조사, 전체 산업의 19%)에 이른다. 최근 몇 년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제조업이 우리나라 경제의 근간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제조업은 대규모로 비숙련 노동자를 채용함으로써 대규모 고용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타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지불하여 중산층 형성과 확대에 크게 기여해왔다. 어느 나라에서나 제조업의 성장은 중산층의 확대와 사회의 안정을 가져왔으며, 제조업의 위축과 쇠퇴는 일자리 감소와 계층 및 지역간 격차확대를 초래했다.


개발기엔 울산과 같이 기존 관련시설이 있는 곳에 산업 우선 배치
여수산업단지처럼 정치적 판단으로 새로운 곳에 신산업 시작하기도

우리나라의 대규모 산업단지들은 과거 1960년대부터 80년대에 이르는 시기 국가주도의 계획으로 만들어졌다. 대통령의 지시에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기업주와 직원들이 죽기 살기로 달라붙어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짧은 시간에 결과물을 만들어내던 시기였다. 무소불위의 권력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행정체계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던 이 시기에도 어느 산업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았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 돌이켜보면 모든 결정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통해 이루어진 당연한 결과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당시의 산업단지들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첫 번째는 경로의존성이다. 기존 관련 시설이 있는 경우라면 우선적으로 그 지역을 고려했다. 우리나라 최초로 계획적으로 조성된 산업단지는 울산이었다. 지금의 울산은 세계적인 제조업도시로 성장했지만 처음 이곳은 한적한 어촌이었다. 그럼 왜 이곳을 선택했을까? 이곳에 과거 일제 강점기에 건설하다가 중단되었던 정유공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제 강점기 한반도에 처음 들어선 정유플랜트는 원산이었고, 그 다음이 울산이었다. 해방으로 건설이 중단 된 이후 이곳의 완공은 시급한 문제였지만 한국전쟁으로 늦어졌다. 전쟁 와중에도 직접적인 전쟁피해를 겪지 않았기 때문에 울산은 전쟁을 위한 유류수입 및 배분의 중심지로 기능을 수행했다. 이러한 배경이 있었기에 울산은 최초의 공업도시로 건설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일단 정유공장이 들어서자 이것과 연관된 석유화학 업종이 들어서는 것은 합리적이었고, 이 과정에서 형성된 각종 용수 및 전력시설은 다시 다른 산업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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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에 각종 산업시설이 들어섰던 영등포, 부산, 인천 등도 유사한 과정을 거쳤다. 1970년대와 80년대 초ㆍ중반까지 인력확보와 교통의 편리 등에 있어 장점을 지니면서 산업생산중심지 역할을 수행했으나 이후 점차 확대돼 가는 생산규모를 수용할 확장성이 부족했기에 점차 산업중심지에서 이탈하게 됐고, 새롭게 서해안을 중심으로 한 지역들이 산업의 중심지로 대두되는 변화를 겪었다.


두 번째는 정치적 결정이다. 기존 시설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면 그 시설이 필요로 하는 기준들을 충족시키는 곳을 골라야 한다. 많은 이들은 이러한 기준들은 매우 엄격하고 세부적일 것으로 추정하곤 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이런 기준들은 생각만큼 자세하지는 않다. 결국 몇 곳의 후보지들이 선정될 수 밖에 없고, 그 가운데 어떤 지역을 선정하는 것은 정책적, 정무적 판단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판단은 내 고향, 내가 잘 아는 지역 위주로 이루어질 것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았다. 여수산업단지의 경우 영남과 호남의 균형발전을 고려한 정책적 판단으로 1960년대 중반 시작되어 아시아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산업단지로 성장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많은 지자체들이 대규모 산업단지 유치 원하지만 산업구조 달라져
기업들,현장을 따라 이동하기보다는 인적자원 많은 수도권 선호

그러나 이러한 과정들이 모두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었다. 1950년대 우리나라 최초의 비료공장 건설을 두고 충주와 나주는 치열한 경쟁을 펼쳤으며, 결과적으로 두 곳 모두 대규모 비료공장이 건설됐다. 그렇지만 이러한 시설들은 당초 기대와 달리 변화와 성장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결국 문을 닫게 됐고, 해당 지역은 산업발전의 흐름속에서 뒤처지게 됐다. 정치적, 정책적 판단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해 줄 수는 있지만 그 일이 성공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지는 못했던 것이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라는 큰 변화에 직면하고 있는 지방의 많은 지자체들은 자신들의 행정구역 내에 대규모 산업단지의 건설, 많은 고용을 창출하는 제조기업의 이전이 이뤄지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지자체들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 성과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과거와 달라진 산업구조, 전세계를 하나로 묶은 공급망의 형성 등의 요인으로 인해 기업들은 쉽게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우리나라의 인건비를 포함한 생산비용은 저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용 이외의 고려요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이 진행되면서 고급인력의 확보는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지만 이들은 과거와 달리 산업현장을 따라 이동하거나 거주하기 보다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대도시에 머무르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하이닉스가 신규 생산라인을 용인에 조성하기로 결정한 것도, 현대중공업이 설계 및 R&D센터를 분당에 만든 것도 이러한 요인에 따른 것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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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의 유치는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과연 그것을 우리 지역에서 공급해줄 수 있는지 등에 대한 파악과 분석이 필요하지만 객관적으로 현실을 바라보기 보다는 의지로 문제를 극복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경향이 더 강하다. 그렇지만 현실은 변화했다. 물리적 기반이 아닌 사회적 기반이 더 중요하며, 이를 위한 스스로의 변화가 중요한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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