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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의 인구프리즘] 2020년 중년 위기 개시 원년, 1000만 중년이 쏟아진다

최종수정 2020.01.03 12:00 기사입력 2020.01.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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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의 인구프리즘] 2020년 중년 위기 개시 원년, 1000만 중년이 쏟아진다


2020년은 인구 변화의 중대 기점이다. 잘 알려진 저출산ㆍ인구 절벽 운운은 아니다. 차라리 누구도 관심이 없기에 더 낯설고 충격적인 새로운 위기 경고다. 지금까지는 인구구조의 분모 감소에만 초점을 맞췄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2017년)처럼 저출산발 인구 폭감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했다. 그런데 2020년부터는 색다른 통계 경고가 가세한다. 분자(기존 인구)마저 넓고 깊은 구조 변화가 시작되는 탓이다. 분모가 줄면 그대로 둬도 분수값은 치솟는다. 설상가상 2020년부터는 분자마저 급증한다.


위기 통계의 주역은 중년 인구다. 2020년부터 중년 인구는 확연하게 불어난다. 중년 위기는 내버려둬도 헤아리기 어려운 낯선 문제인데 해당 인구조차 급증하면 새로운 긴급 이슈로 승격(?)될 게 확실시된다. 2020년은 중년 위기의 출발 지점이되 체감적인 타격 충격만큼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첫 한 방부터 강렬하고 묵직한 메가톤급에 가깝다. 겪어봤다면 마음의 준비를 한다지만, 중년 인구가 인구 구성의 주류로 자리매김한 적이 없었으니 파급력ㆍ후폭풍은 상상조차 어렵다.


그렇다면 왜 2020년일까? '2020년=중년 위기'의 등식 도출이 힘을 얻는 건 740만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선두 세대인 1955년생부터 65세에 진입하기 때문이다. 2020년부터 9년에 걸쳐 740만명이 65세에 착착 들어선다. 베이비부머답게 단기에 집중적으로 대량 인구가 65세로 진입하는 건 단순한 인구 현상을 넘어선다. 지금과는 결이 다른 상당한 사회ㆍ경제적 파급이 예고된다. 왜 65세인지도 고려 대상이다. 65세는 현역과 은퇴의 갈림길이자 고용 불안이 현실화되는 마지노선이다. 아직은 60세 정년이 보편적이지만, 정년 연장이 이뤄져도 당분간은 잘해야 국민연금 수급 연령인 65세(현재 순차 적용 중)가 끝이다. 65세야말로 현역과 은퇴의 구분 시점이란 얘기다. 베이비부머에게 그 65세가 2020년부터다. 일하고 싶어도 퇴장할 수밖에 없는 시대의 개막이다.


740만 베이비부머가 65세에 들어서는 것만으로 2020년 중년 위기를 언급하는 건 논리가 부족하다. 위기라 해도 출발에 불과하다. 실은 더 묵직한 후속 주자의 장기간에 걸친 65세 진입을 뜻하는 맛보기일 따름이다. 거대한 인구 보너스 집단인 광의의 베이비부머(1955~1975년생)가 중년 위기의 바통을 이어받아서다. 2020년 1955년생이 65세가 되듯 1960년생은 60세, 1965년생은 55세에 들어선다. 중년 인식이 공유되는 40세는 1980년생까지 낮춰진다. 2020년부터 20년에 걸쳐 1700만 베이비부머가 중년 위기에 노출된다는 의미다. 적게 잡아 2020년부터 10년간 얼추 1000만 인구가 해당한다. 이들이 대량 무직, 빈곤 압박, 고립무원, 가족 위험의 중년 위기 앞에 선다.


중년 위기의 감도가 낮은 건 대체적인 연령 기준조차 없기 때문이다. 누가 중년인지 모르니 당사자성은커녕 정책 적용에서도 혼선이 잦다. 60대만 해도 중년이냐 고령이냐 의견이 분분하다. 선진국은 대체로 60대를 중년으로 본다. 한국적 고정관념을 동원하면 환갑 연령은 고령 인구로의 진입 시점이다. 다만 옛말이다. 시대 상황이 달라져 정년 연장이 화두로 떠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궁극적으로 60대 고령 인식은 수정 대상이다. 일각에선 70대까지 일하고, 건강한 초기 은퇴자가 많으며, 노인유병이 70세부터라는 점에서 되레 '60대=중년'을 주장한다. 적어도 '환갑=노인'은 불편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새로운 중년 정의가 절실하다. 일례로 10~39세를 청년, 40~69세를 중년, 70~100세(100세 이상 포함)를 고령으로 보는 게 한 방법이다. 0~9세야 일방적인 보호 대상이면서 양육ㆍ취학 그룹이지 경제활동과는 무관해 제외한다. 고령 추세와 건강 수준, 사회 활동, 사회 인식 등의 변화 흐름을 반영하건대 3대 연령 구분은 꽤 정합적이다. 취업ㆍ결혼 적령기가 늦어져 자녀가 독립하는 시점이 사실상 ±70세라는 점도 60대 중년 적용을 뒷받침한다. 70세부터를 본격적인 고령ㆍ은퇴생활자로 보면 숙련 활용과 재정 절약 등 현존 갈등도 일정 부분 감쇄된다. 각각 30년씩 배당함으로써 균형 감각도 얻어진다. 새로운 연령 기준에 맞춰 중년을 보면 상황은 꽤 시급해진다. 덩치 자체가 2020년 제1차 베이비부머의 은퇴 진입과 맞물려 급격하게 불어나기 때문이다. 청년(10~39세), 중년(40~69세), 고령(70세 이상)을 각각 한 그룹으로 볼 때 중년은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한다. 3대 인구 집단 중 증가 추세로는 압권이다. 이렇듯 흘러넘치는 중년 인구가 제자리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며 불행 함정에 빠지면 개별 가계는 물론 사회 전체에 엄청난 충격일 수밖에 없다. 2020년은 그 원년일 확률이 높다.


실제 1990년 중년 인구의 덩치는 2위(24.1%)에 불과했다. 청년 인구가 73.0%로 주력을 차지하며 인구 보너스가 안기는 마지막 열매를 맛봤다. 당시 고령 인구는 2.9%로 낮은 출산율에도 인구 변화의 체감 위기가 작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2000년대부터 상황은 확연히 달라져 2015년이면 비중이 역전된다. 청년 인구가 급속도로 규모 축소(48.6%)에 들어가면서 중년 인구의 상대 비중이 42.7%까지 뛴다. 광의의 베이비부머 중 막내 그룹인 1970년대 중반 출생자까지 40대 중년 인구로 편입된 결과다.


그간 중년은 한국 사회에서 방치ㆍ소외됐다. 이들이 엄청난 규모로 쏟아지며 불협화음을 만들어낼 2020년부터가 염려되는 이유다. 그럼에도 중년을 둘러싼 명확한 법적 정의ㆍ범주는 여전히 애매하다. 청춘도 황혼도 아닌 낀 신세답게 정책 수혜의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사회ㆍ경제적 약자인 앞뒤 세대를 지원해야 할 부양 주체일 뿐 복지ㆍ행정 등의 수혜 집단은 아니었다. 물론 최근 좀 달라지는 건 다행스럽다. 5060세대를 신(新)중년으로 명명하며 맞춤형 고용 지원을 내놓은 게 그렇다. 물론 갈 길은 멀다.


문제는 앞으로다. 2035년이면 중년 인구의 덩치는 3대 인구 집단 중 단연 1위에 랭크된다. 증가세는 주춤하지만 절대 규모 자체가 확대된다. 2300만명을 거느리며 43.8%를 차지한다. 반대로 중위 추계임에도 청년(35.4%)은 2000만명 아래로 감소한다. 기세등등한 고령 인구는 1000만명을 돌파하지만 그래도 절대 비중은 20.8%에 불과해진다. 새 기준에 맞춘 인구 피라미드를 보면 왜 우리가 중년 인구의 덩치 확대에 주목해야 하는지 잘 알 수 있다. 최대 비중의 인구 집단에게 닥친,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상황 변화는 사회 전체의 인식 전환ㆍ제도 개혁의 연결고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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