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이맘때면 어김없이 올해의 단어나 10대 뉴스를 꼽으며 지난 삼백 수십여 일을 일거에 요약 정리하려는 대담한 도전이 벌어진다. 때론 어제 뭘 먹었는지도 가물거리는데 일 년을 되짚어 보기란 집단지성, IT기술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할 터.
핸드폰을 두드려보니,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2019년 올해의 단어로 'climate emergency(기후 비상사태)'를 선정했다. '기후 비상사태'는 '기후변화를 줄이고, 이로 인해 잠재적으로 되돌릴 수 없는 환경 피해를 피하기 위해 시급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정의했다.
'기후 비상사태'가 두 단어라서 올해의 단어가 될 수 없다는 일각의 비판은 가볍게 웃고 지나가자. 언어학자들도 심장마비(heart attack)처럼 두 부분으로 구성되는 단어도 있으므로 문제없다는 의견이라고 한다. 또 다른 영국의 사전출판사 콜린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으로 사용빈도가 급증한 '가짜뉴스(fake news)'를 2017년의 단어로 꼽았다.
최종 선택된 단어도 아니고, 단어 개수 논란에서 한 단어 아님 판정이 확실하지만 필자의 짧은 영어실력에도 귀에 쏙 들어온 단어가 있으니, 바로 '오케이 부머(OK Boomer)'다. 번역하면 '됐거든요, 베이비부머'인데, 좀 더 적나라하게 풀자면 '네네, 알았으니 이제 그만하세요 60,70대 꼰대들아' 정도가 된다.
미국은 1946년부터 1965년 사이, 한국은 6.25전쟁 이후 1955년부터 1963년 사이 출생한 전후세대가 베이비부머다. 듣는 부머들은 기분 상하겠지만 본인들도 젊은 층을 나약해 쉽게 녹는 '눈송이(snowflakes)' 세대라고 불렀으니 피장파장이다.
‘꼰대’라는 한국의 은어는 올해 BBC에서 9월23일자 오늘의 단어 ‘kkondae'로 소개되며 세계에 전파됐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는 나이 많은 사람(다른 사람은 늘 잘못됐다고 여김)'이라는 설명이 시쳇말로 뼈를 때린다.
새해에도 어쩔 수 없이 오케이 부머 또는 꼰대라는 단어를 듣거나 말하게 되겠지만, 올해보다는 좀 더 세대간 대화가 진전되기를 기대해 본다. 관심을 끌고 문제시되는 만큼 해결책을 찾는 노력도 커질 테니까.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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