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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경제위기는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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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14일 서울 중구 아시아경제 사옥에서 열린 '한국경제, 올해 하반기 반등 가능한가' 좌담회에 참석해 발언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김경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14일 서울 중구 아시아경제 사옥에서 열린 '한국경제, 올해 하반기 반등 가능한가' 좌담회에 참석해 발언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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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다가오자 내년 경제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래 경제현상을 예측하는 것은 정책당국에서 기업, 개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제주체들의 가장 큰 관심사다. 미래 경제모습의 그림을 받아봐야 어떻게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전망은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수요와 공급 측 요인을 모형으로 구현하고 계량화해서 구한다.그런데 대부분 전망치는 실제치와 다르다. 예측의 오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만약 예측의 오차가 영(零)의 평균값을 가진다면 전망 시점 당시에는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 사후적으로 일어난 데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이 예측은 모든 유용한 정보에 의존한 것이기 때문에 합리적 기대라고도 한다.


그러나 전망치가 실제치보다 일관되게 높거나 반대로 낮다면 구축된 예측모형은 흠이 있음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예측 시 유용한 정보를 누락하거나 반대로 잘못된 정보를 추가해 모형이 합리적 기대를 하지 않은 데 따른 결과이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이 그렇다.

정부가 과거의 사례에 의존해 정책을 수행할 때 당초 기대와 달리 부작용이 일어나는 것은 사람들이 정부의 정책방향을 미리 읽고 대비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대책이 그렇듯 정부는 종종 사람들이 합리적 기대를 한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정책을 입안한다.


이른바 '자기실현적 기대(사람들의 기대가 현실에 그대로 일어나는)'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자산시장의 붐버스트(Boom-Bust), 외환위기와 같은 위기는 사람들의 기대감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제현상이다. 그런데 여기서 기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기존 경제학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노벨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의 '서사 경제학(Narrative Economics)'은 서사(이야기)가 사람들의 기대를 만들고 나아가 경제 호ㆍ불황의 시간대, 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논지다. 그가 말하는 이야기는 마치 사람들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노랫말과 같다. 차이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하는 전염성이 있는 것이다. 이야기끼리 경쟁을 하고, 이긴 이야기는 바이러스처럼 확산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수그러들고 또 다른 이야기가 생겨난다.

'강남을 대체할 곳은 없습니다. 강남 집값은 오를지언정 떨어지지 않습니다.' 강남 불패론은 강남 집값이 오를 때마다 듣는 이야기다. '정부가 독점한 주조권에 대한 도전'이라는 이야기는 가상통화 광풍의 동력이었다. 두 이야기는 실러가 꼽은 대표적인 틀린 이야기다.


사업가이자 정치인이었던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부친이 금융 대공황 직전 구두닦이 소년으로부터 팁을 주식으로 달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지고 있던 주식을 모두 처분하고 공매도까지 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 소년의 말은 '교수가 주식에 손대면 상투를 잡은 것이다'라는 이야기에 다름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매우 영향력 있는 이야기를 제공한다. 전미경제연구소의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연방준비제도(Fed)를 향한 위협적인 트윗이 Fed의 금리 인하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미쳤다. 많은 이들은 금시초문이겠지만 미국은 20세기에 두 차례 공황을 겪었다. 1921년의 공황은 1년 만에 회복됐다. 1928년의 공황도 처음에는 7년 전의 경험에 비추어 누구도 대공황으로 확산될 줄은 몰랐다. 실러 교수는 대공황을 당시 기술발전에 따른 실업의 공포가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면서 늘어난 저축의 탓으로 돌렸다.


소셜미디어는 이야기를 나르는 21세기 디지털 매체다.지금 유튜브에서는 경제위기를 점치는 이야기가 넘친다. 앞으로 보일 경제의 모습에 따라 이 이야기는 더 힘을 얻거나 수그러들겠지만 이야기를 믿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경제가 어려워질 것은 자명하다.


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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