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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도시순례] 통합을 통한 지방대도시 생존전략

최종수정 2019.11.29 12:00 기사입력 2019.11.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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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發 프랑스 노란조끼운동
더 큰 이유는 지방소도시 소멸
대도시 중심사회의 폐단

한국수출메카 부산ㆍ창원ㆍ울산
고령화로 인한 공동화 현상 확대
고급 인력확보가 가장 큰 어려움

지역간 통합으로 시너지 추구
국경 넘은 도시간 국제 협력 모색

[최준영의 도시순례] 통합을 통한 지방대도시 생존전략


지금은 잠잠해졌지만 약 1년 전 프랑스에서는 노란조끼운동이 시작됐다. 프랑스 정부가 환경오염 및 기후변화 대응을 명분으로 경유와 휘발유를 각각 23%, 15% 인상하겠다는 발표에 분노한 시민들이 노란 조끼를 입고 나오면서 시작됐던 시위는 거의 1년 동안 진행되면서 프랑스를 뒤흔들었고,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돼 거칠 것이 없어 보이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위기로 몰아넣기도 했다.


노란조끼운동은 유류세 인상으로 시작됐지만 더 큰 이유는 지방 소도시의 쇠퇴와 소멸과 밀접하게 연관돼있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프랑스 역시 농촌 및 소도시는 인구감소 및 고령화에 직면하고 있다. 기존 시가지의 상업활동들은 급격히 위축됐으며, 소규모 점포들은 문을 닫게 됐다. 주민들은 외곽에 위치한 대형 할인점 등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으며, 시민들은 유류비 지출 부담을 크게 느끼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표된 대폭적인 유류세 인상은 지방 거주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기 충분했다. 1년여가 지나고 정부의 각종 복지 확대 조치들이 발표되면서 노란조끼운동은 가라앉고 있지만 프랑스의 지방도시들은 지속적으로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핵심적인 생활기반시설로 간주되던 빵집마저 문을 닫으면서 생활기반은 붕괴됐으며, 남아있는 사람들은 인근 대도시로 이주하고 있다.


농촌 및 소도시의 위축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거의 대부분의 선진 산업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상이다. 좁은 곳에 많은 인구가 몰려살면서 발생하는 집적의 이익이 혼잡으로 인한 비용을 압도하면서 일자리와 혁신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인구가 집중되면서 대도시들은 주택가격 및 임대료 상승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 역시 공통점이다. 상승한 주택가격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외곽으로 이주하지만 직장은 대도시에 있기 때문에 장거리 통근을 감내하면서 버티고 있다. 어쩌면 21세기의 지구는 대도시라는 빛나는 '성'과 그 이외의 지역은 사람들이 거의 살지 않는 사막으로 변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많은 대도시들 역시 축소와 쇠퇴에 직면해 있다. 수도를 비롯한 대도시로 인구와 경제적 활동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전통적인 제조업이나 특성 산업에 의존해 성장하던 도시들의 경우 20세기 후반부터 진행된 급속한 글로벌화에 따른 산업구조의 변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 위치한 대도시들의 급속한 성장 이면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전통적인 산업도시들의 위축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최준영의 도시순례] 통합을 통한 지방대도시 생존전략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1960년대부터 시작된 수출산업육성을 계기로 부산을 비롯한 동남권 대도시들은 급속하게 성장했다. 부산을 비롯해 울산, 창원 등을 연결하는 일명 '동남권'지역은 우리나라에서 수도권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별개의 경제권을 보유한 유일한 지역이 됐다. 2000년대 초반까지 진행된 중국의 급속한 성장과 조선경기의 대호황 과정에서 이들 지역들은 급속한 성장을 구가했다. 그렇지만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진행된 제조업의 위축, 특히 조선업을 위주로 한 중후장대형 산업의 어려움은 이들 지역마저 독자적 생존을 의심받도록 하고 있다. 제2의 도시라고 하는 부산의 경우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고령화로 인한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울산과 창원은 제조업 경기의 위축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얼마 전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부산을 축으로 하는 동남권 메가시티' 구상을 제시했다. 부산, 울산, 경남은 하나의 경제권이며 생활권을 공유하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별개의 행정구역으로 따로 움직임으로써 많은 인구와 경제력에도 불구하고 수도권과 같은 집적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하나의 생활권으로 성장하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제안이었다. 지역을 연결하는 광역철도망을 비롯한 교통망 확충을 통해 공간의 압축효과를 거두고, 이를 통해 수도권과 같이 상호 긴밀하게 연관된 생활권으로 변화하자는 김 지사의 제안은 기존의 수도권 억제 지방분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지방 간의 결합을 통한 발전전략이라는 측면에서 더 깊은 수준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사실 대한민국의 제조업이 고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첨단화와 고도화에 필요한 고급 인력확보의 어려움이다. 더 많은 급여를 제공하더라도 이러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구미시의 하이닉스 유치 실패, 현대중공업의 연구개발(R&D)센터 분당 설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단순한 생산시설의 확충이 아닌 '백 오피스(back office)'라 불리는 지원기능의 강화와 R&D 능력을 지역 차원에서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각 지역에 분산돼있는 연구중심대학을 비롯한 기존 자원의 통합과 활용이 요구된다.


어쩌면 지역 간 통합에서 더 나아가 국경을 초월한 도시 간 협력을 모색해볼 수도 있다. 동남권의 경우 일본 규슈와는 불과 200㎞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위치에 있다. 이러한 지리적 인접성을 눈여겨본 닛산그룹은 부산과 일본 규슈, 중국 다롄 등 3개 거점을 연결해 부품을 공통화하고 생산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2014년부터 추진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부산 르노공장에 많은 생산물량을 배정했고 한국산 부품 사용을 늘리도록 했다. 이러한 협업은 높은 생산성으로 나타나며 도시 간 협업의 좋은 사례로 꼽혀왔으나 환율의 변화와 임금의 상승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최근의 한일 간 무역분쟁이 불거지면서 이러한 협력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조차 힘든 분위기가 되면서 미래는 불투명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경험은 국경을 초월한 도시 간 협력이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지방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수십 년 동안 지속됐다. 그렇지만 그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시선은 수도권으로만 쏠려왔던 것이 사실이다.


수도권에서 무엇인가를 더 가지고 오고 더 많은 지원을 받는 것이 지방의 발전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지역 간의 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의 추구, 그리고 국경을 넘어서는 도시 간 협력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모색할 때가 됐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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