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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4차산업혁명, 두려움을 설렘으로

최종수정 2019.11.29 12:00 기사입력 2019.11.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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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4차산업혁명, 두려움을 설렘으로


2016년 프로기사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은 우리나라에 인공지능(AI) 광풍이 불게 했다. 그 후 약 3년이 지났다. 다음 달 이세돌 9단은 한국형 알파고인 '한돌'과 2점 접바둑을 둔다고 한다. 접바둑은 바둑을 두는 상대방과의 실력 차가 분명할 때 하수가 몇 점을 먼저 두고 경기하는 방식이다. 이젠 아예 AI와의 접바둑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인간을 넘어선 AI, 기대와 두려움이 공존한다.


알파고 이후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도 우리에겐 너무 익숙해졌다.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영상 인식, 음성 인식,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의 디지털 기술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안면 인식 기술, AI 비서, 가상통화(암호화폐), 자율운행기술, 공유 경제 등은 특정 기업이나 집단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생활 속에 파고들고 있다. 변화 속도가 가히 광속이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IT 강국을 자랑하던 우리나라의 4차산업 관련 기술 발전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듯하다. 디지털 혁명으로 노동에서 해방된 인간에게 '새로운 르네상스'가 펼쳐질 것이라는 설렘도 있지만, 우리의 일자리를 뺏어갈 것이라는 두려움도 존재한다. 혁명적인 신기술로 사회가 재편되고 새로운 질서가 자리 잡을 때까지 피곤하고 불편할 것이라는 불안,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탈락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저항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인재 양성 계획에 대해 일부 대학으로부터 "출처도 분명치 않는 4차 산업혁명을 대학까지 가지고 들어온다"는 원성도 들어야 했고, 카풀 서비스에 대해 택시업계는 분신으로 의사 표시를 했다. 현재는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에 대한 적법성 논쟁이 한창이다.


노동자들은 조만간 닥칠지도 모를 실직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권위주의적인 정부가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이용해 모든 국민에게 절대적인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한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의 경고도 있었다. 두렵다.


그럼에도 우리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기대와 설렘 때문이 아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의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을 통해 세계 각국의 소비자가 많은 물건을 구입하고 있는 것처럼 시장경쟁의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4차 산업혁명 기술로 국경이 사라지고 세계시장이 하나의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선점자의 승자독식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세계 1위가 중요하고, 국내 1위는 의미가 없어진다. 우리에게 익숙한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이 더 이상 통하기 어렵게 됐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만이 살아남는 세상이다.


개인들의 먹고사는 문제는 너무나 중요하다. 그렇다고 현재의 이해관계 때문에 장래의 국가 성장 동력 확보 경쟁에서 낙오되는 것도 안 될 일이다. 수익이 기대되는 한 기술은 시장에서 개발되고 발전하지만, 갈등은 현재의 시장 메커니즘으로 극복하기 어렵다.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는 만큼 이해관계도 복잡해지고, 경제성장의 정체가 이해관계를 더욱 첨예하게 만들고 있다. 신속한 갈등 조정 없이는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변화 속도가 빠를수록 그 변화를 수용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늘어난다. 급속한 고령화가 이를 더욱 부채질한다. 기존의 틀로 불가능하다면 새로운 혁신적인 틀을 만들어서라도 신속하게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한다. 기술 혁신도 중요하지만 갈등 조정에도 혁신이 필요한 시기다. 기술문명의 변화뿐만 아니라 그것이 가져올 우리 생활의 변화, 사회적 관계의 변화에 대한 성찰과 논의도 병행돼야 한다. IT 강국의 영광이 계속되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모두 설렘으로 바뀌기를 기대한다.


박진호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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