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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역외탈세와의 전쟁

최종수정 2019.11.29 10:58 기사입력 2019.11.2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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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역외탈세와의 전쟁


이맘때면 연례행사처럼 과세관청에서 역외탈세자를 세무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다. 올해는 과거와 비교해 특이한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역외탈세 방법이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서류상 회사(paper company)'를 이용하는 수준에서 진화해 세금 제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국가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뒤 그 법인의 주식을 제3자에게 양도한 것처럼 꾸미고(국내 사주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회사로 주주명부를 세탁하고), 그 회사의 소득을 국내 사주의 해외 계좌로 빼돌리는 수법(이른바 '빨대기업 거래')을 발견했다고 한다.


또한 다국적 IT기업들은 형식적인 사업 구조 개편 명목으로 원가를 부풀려 소득을 국외로 이전하며 조세조약과 세법의 맹점을 악용해 지능적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이전가격 조작 등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과세되는 소득을 줄였다.


이는 현행 과세 체계가 자초한 점도 있다. 즉 현행 세제는 땅에다 공장을 짓고 사업을 하는 기업에 적합한 구조다. 한국에 지점(고정사업장)이 있어야 과세한다. 외국 자동차회사의 국내 지점이 그 좋은 예다. 그러나 구글의 유튜브가 여의도에 지점을 둘 필요가 있는가?


전통적 산업에 기반을 둔 세제로는 가상공간을 이용해 돈을 버는 기업에 대해 제대로 과세할 수 없다. 기업은 5G 이동통신을 활용한 무기로 무장하고 역외탈세를 하는데 과세관청은 아날로그 무기를 들고 뒤쫓아 가는 형국이다.

프랑스나 영국 등 일부 국가는 독자적으로 세법을 개정해 역외탈세자에 대한 입증 책임 부여나 우회 이득세 또는 GAFA세(구글ㆍ애플ㆍ페이스북ㆍ아마존의 이니셜을 딴 명칭) 도입을 통해 디지털기업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힘이 미치지 못해서인지 아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0년께나 만들 국제적인 과세 규범을 따라가겠다고 하는 정도다.


더 근본적인 문제점은 우리나라 세법과 세제가 역외탈세를 근절하는 데 너무 허술하다는 것이다. 사실 역외탈세자를 처벌하거나 역외탈세소득을 추산하기 위해 세법 조문을 찾아 올라가다 보면 빈틈이 많이 보인다.


이를 보완하는 것이 실질과세 원칙이다. 세금은 조세 회피 목적의 거래에 대해서는 법 형식(legal form)에 불구하고 경제적 실질(economic substance)에 따라 과세하는 것이 정상이다. 즉 조세피난처의 '서류상 회사'나 위에서 언급한 빨대기업에 대해서는 그들 회사의 배후에 숨어 있는 실제 소득자에 대해 과세할 수 있는 권한을 세법에서 명확하게 부여해야 한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경제적 실질 조문을 엄격하게 해석해 '과세관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들이 선택한 법률관계를 존중하라'라고 한다(대법원 2017두57516 판결). 강 건너 불구경하는 꼴이다. 역외탈세가 주는 폐해를 간과하고 있다고 본다.


조세 회피 목적으로 회사를 설립하거나 거래를 한 경우, 해당 납세자로 하여금 그 거래가 정상임을 입증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역외탈세를 하도록 부추긴 세무 조력인들도 역외탈세자와 동일하게 처벌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역외탈세와 관련한 실질과세 원칙 조문도 보완해야 한다. 그래야만 역외탈세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영국과 프랑스 및 호주 등이 이런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과세관청의 손발을 묶어놓고서 역외탈세를 근절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ㆍ나무에 올라가 고기를 구하는 것)나 다름없다. 물론 이 과정에서 과세관청의 과세권 남용은 철저하게 억제돼야 한다.


안창남 강남대학교 경제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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