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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DLF사태, 은행이 피해자들에 일괄배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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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DLF사태, 은행이 피해자들에 일괄배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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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비리 사건 실화를 다룬 영화 '블랙머니'가 흥행하고 있다. 투기자본과 '먹튀'라는 신조어를 만든 론스타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2조1548억원이라는 헐값에 인수한 뒤 2012년 하나금융에 다시 매각해 4조7000억원을 벌었다. 이것도 모자라 금융위원회의 매각 승인 지연 등 이유로 46억7950만달러를 손해봤다고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ㆍ국가중재(ISDS) 소송을 냈다.


이후 금융당국은 해외 투기자본에 맞선다는 이유로 '토종 사모펀드'를 육성한다. 동양생명과 비씨카드 등을 인수한 보고펀드, ING생명과 홈플러스 등을 인수한 MBK파트너스 등 국내 사모펀드시장은 급성장했다.

2015년 금융위가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사모펀드는 활성화된다. 금융위는 사모펀드를 전문투자형(헤지펀드)과 경영참여형(PEF)으로 단순화시켜 진입, 설립, 운용, 판매 등의 규제를 완화했고, 헤지펀드에 가입할 수 있는 개인투자자의 금액 문턱은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대폭 낮췄다. 돈 많은 부자들만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의 투자 기회를 열어준다는 명분이었다.


결국 사모펀드 규제 완화 이후, 헤지펀드는 2014년 말 173조원에서 올해 6월 말 380조원으로 늘었고, PEF 역시 같은 기간 31조원 수준에서 55조원을 넘어섰다. 또 최근 5년간 시중은행이 판매한 파생결합펀드(DLF)는 7조3000억원이며, 대부분인 7조2000억원가량이 사모펀드로 판매됐다. 사모펀드 규제 완화가 시행되기 전인 2015년 국내 4대 시중은행이 판매한 DLF는 2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불과 5년 사이에 금융사모펀드 경연장이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DLF 사태는 탐욕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 금감원장이 국회의원 질의에 '도박 상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은행은 정기예금 선호 고객을 타깃으로 해 확정금리를 주는 것처럼 허위광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직원은 영업점평가(KPI) 압박을 받아 고객들을 가입시키기 위해 하루만에 투자등급을 3번 바꾸거나 5등급인 고객을 가입 조건인 1등급으로 바꿨다. 치매에 걸린 노인에게 고작 6분간 설명해 가입시켰다.

은행은 금리 하락을 전망한 내부 연구소 자료도 무시한 채, 실제 해외금리 하락 시기임에도 "독일이 망하지 않는 한" "2008년 미국 금융위기 같은 쇼크에도 안전한 상품"이라며 호객행위를 했다. 은행은 판매 수수료(1%)로, 외국계 투자은행(IB)은 상품설계 수수료(3.4%)로 돈을 챙겼다.


금융위는 이번 사태에 대해 은행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지만 스스로의 잘못은 외면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DLF 가입 금액의 분포를 보면 3억원 이하가 83.3%를 차지한다. 최소 투자금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하향해 피해자를 양산한 금융위의 원죄와 DLF 사태 미스터리 쇼핑(암행평가) 결과 '미흡' 또는 '저조'를 받은 두 은행에 대해 개선 계획만 받고 방치한 금감원의 책임이 상당히 크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자신들을 향한 채찍은 들지 않는다.


2000년대 초중반 홍콩의 '미니본드' 사태처럼 손해배상 명령이 필요하다. 원금 전액 손실이 가능함에도 설명 의무를 위반한 이유로 홍콩 금융당국은 은행에 손해배상을 명령한 바 있다. 한국의 금융당국은 책임의식 없이 오로지 피해자 개별 분쟁조정에만 맡겨둘 뿐이다.


사모펀드는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순기능이 있지만, 현재로선 순기능을 발휘하기 힘든 상황이며 신뢰회복을 위한 대책 마련이 우선이다. 소 잃고도 외양간을 제대로 고치지 못하면 제2의 폭탄은 또 터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설명의무 위반, 공모규제 회피 등 은행의 책임을 물어 홍콩처럼 피해자들에게 일괄배상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징벌적 과징금이 아니라 집단 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 진정한 해법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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