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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칼럼] 내가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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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작가

김수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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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목록에 쓰시고 도전하신 꿈 중에 몇 개나 실패하셨나요?"라는 질문에 "전 실패한 적이 없는데요"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나를 엄청 대단한, 나쁘게 말하면 재수 없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다. 내 꿈 목록에는 실패가 없다. '성공' 아니면 '진행 중'뿐이다. 내가 정의하는 실패란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고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 기회에 또 도전할 것이라면 이것은 '진행 중'이지 결코 '실패'가 아니다. 꼭 모든 것을 한번에 성공시켜야 한다는 법은 없지 않는가.


발리우드 영화 출연이라는 나의 꿈은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처음엔 기회가 잡히는 대로 미얀마 영화에 출연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사기였다. 인도에 처음 갔을 때는 2주라는 시간이 너무 짧아 기회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다음에 3개월이라는 기간을 잡고 뭄바이로 갔다. 비록 영화 두 편에 작은 역할로 출연했지만 나는 아직도 이 꿈을 '성공'이 아닌 '진행 중'으로 표시한다. 언제든 기회가 있으면 또 도전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모든 일이 한 번에 현재완료형이 되지는 않는다. 기회는 계속해서 주어지고 그 꿈을 위해 쌓아온 인맥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도 않는다. 중요한 것은 계속되는 도전과 시행착오를 통해 성공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윈스턴 처칠은 말하지 않았던가, 성공이란 열정을 잃지 않고 실패를 거듭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내 인도 친구 존은 어린 시절 우연히 TV에서 뉴에이지 뮤지션인 야니의 콘서트 장면을 보게 되었고 그때부터 2가지 꿈을 갖게 되었다. 하나는 야니를 직접 만나보는 것, 또 하나는 야니같은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 하지만 그가 살던 히말라야 산골에서는 피아노를 구경조차 하기 힘들었다. 열아홉 살이 되어서야 뭄바이로 건너온 그는 피아노 살 돈이 없어서 피아노 가게에 양해를 구하고 거기서 독학으로 연습을 시작했다. 비록 습하고 퀴퀴한 냄새가 났지만 자신만의 지하 연습실과 피아노를 갖기까지 오랜 시간 잠 못 이루며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야 했다. 주변 사람들의 만류와 비웃음은 끊이지 않았다. 정식으로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기에 음악하는 사람들도 그를 무시했다. 하지만 그는 끊임없이 연습했고 야니의 팬클럽 사이트에 자신의 자작곡을 꾸준히 올리면서 '진짜 야니가 가명으로 올리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정도로 실력을 늘려갔다.


그러던 중 야니의 아시아 콘서트 투어 소식을 들은 그는 야니를 보고 싶다는 생각에 야니 팬사이트에 인도에서도 콘서트를 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콘서트 기획이 탄탄하다면 검토해보겠다는 야니 소속사 측의 답을 들은 그는 6개월간 수백 개의 기획사와 관공서, 후원사들을 찾아다니며 콘서트를 유치해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전문 공연기획자가 아닌 그 혼자 준비하기엔 너무나 큰 행사였다. 결국 콘서트 유치는 실패로 돌아갔고 면목이 없던 존이 그간의 과정을 담은 자세한 설명과 함께 정중한 사과의 이메일을 보내자 오히려 별 기대를 하지 않았던 야니 측에서 깜짝 놀랐다. 20대 청년 혼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콘서트를 열어보겠다고 그토록 애써준 것에 감탄한 야니는 그를 두바이 콘서트로 초대하면서 비행기표와 호텔까지 제공했다. 두바이로 날아간 존은 야니에게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었고 그 결과 세계적인 뮤지션들의 세션으로 활동하며 자신의 정규 앨범도 준비하게 되었다. 콘서트 유치라는 목표만 보면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그는 2가지 꿈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었다.


마라톤을 뛸 때 처음에는 막막해 보이지만 계속 달리다 보면 결국 결승선에 도착하는 것처럼. 당신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꿈은 실패가 아니라 늘 진행 중인 것이고, 결국 당신은 원하는 곳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물론 세상 모든 일이 마라톤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혼자 노력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100m를 전력질주하고 결론이 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경주에서 1등을 못했다 해도 역시 끝은 아니다. 그다음 경주에서 훨씬 더 좋은 기회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까 말이다.

모든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거기서 끝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결과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나 자신을 돌아보며 그동안 소홀했던 주변 사람들도 챙겨보자. 마음을 활짝 열고 그동안 못했던 것들을 시도해보자. 생각지도 못했던 기회들이 찾아올 것이다.


김수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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