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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오늘] 춘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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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1910~1937)은 일제강점기에 나고 죽은 소설가, 시인이다. 소설 ‘날개’, 시 ‘오감도’, 수필 ‘권태’ 등을 남겼다. ‘건축무한육면각체(建築無限六面角體)’처럼 난해한 작품도 많다. 그는 영화를 좋아했다. 작품에 영화나 극장이 소재와 배경으로 심심찮게 등장한다. 그와 같은 시대를 산 예술가들 중에 영화광이 많다. 예를 들어 이효석은 한 달에 일고여덟 번이나 영화를 보았고, 시나리오까지 썼다.


이상이 1937년에 발표한 소설 ‘동해(童骸)’에는 주인공이 친구와 단성사에서 만날 약속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소설 속 주인공이 본 영화 제목은 알 수 없다. 일본영화일 가능성이 크다. 이상은 영화 지식도 상당했던 모양이다. 1935년 여름 평안남도 성천에서 요양할 때 쓴 ‘산촌여정(山村餘情)’은 영화에 대한 이상의 관심과 지식을 보여준다. 그는 “오늘 밤에 금융조합 선전 활동사진회가 열립니다. 활동사진? 세기의 총아-온갖 예술 위에 군림하는 ‘넘버’ 제8예술의 승리. 그 고답적이고도 탕아적인 매력을 무엇에다 비하겠습니까?”라고 토로했다. 이 글에서 이상은 ‘따불렌즈(double lens)’, ‘후래슈빽'(flashback)’, ‘스틸(still)’, ‘스폿트(spotlight)’ 같은 용어를 사용해 영화 지식을 드러낸다.

1943년 7월 조선영화문화연구소에서 발간한 ‘조선영화 30년사’에 따르면 1903년에 우리나라에서 처음 영화가 상영되었다. 그 해 6월23일자 ‘황성신문’에 “동대문 내 전기회사가 기계창에서 시술(施術)하는 활동사진은 매일 하오 8시부터 10시까지 설행(設行)되는데 대한 및 구미 각국의 도시, 각종 극장의 절승한 광경이 구비하외다. 허입료금(입장료) 동화 10전”이라는 광고가 보인다.


‘동해’에 등장하는 단성사는 우리나라 영화의 역사가 숨 쉬는 장소다. 서울역사편찬원이 지난달 2일에 펴낸 ‘서울의 영화’에 따르면 1919년 10월 27일 단성사에서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토’가 상영됐다. 영화에는 장충단 공원, 자동차 추격 장면, 살곶이 다리 등 서울의 익숙한 풍경이 담겼다.


1935년 오늘에는 ‘춘향전’이 단성사에서 개봉됐다. 경성촬영서가 제작한 우리나라의 첫 유성영화다. 앨런 크로스랜드 감독이 만든 ‘재즈 가수’(1927)가 유성영화로서 크게 성공한 다음 8년이 지났을 때다. ‘춘향전’이 나온 지 이태 뒤에 발표된 ‘동해’ 속의 단성사에서 주인공, 곧 이상이 본 영화도 유성영화였을 것이다.

유성영화는 토키(Talkie)라고도 한다. 필름에 소리를 입히는 기술은 영화가 발명된 뒤 얼마 되지 않아 나왔다. 그러나 영화 예술가들은 무성영화가 영화 예술을 표현하는데 가장 적합하다고 보았다. 파산 직전에 몰린 워너 브러더스가 실험 삼아 부분만 소리를 입힌 작품을 만들어 성공한 뒤 완전한 토키 작품인 ‘재즈 가수(Jazz Singer)’를 제작했다. 변사의 설명을 듣거나 자막을 읽다가 장면과 일치하는 소리를 처음 들을 때 느낌은 각별했으리라.


첫 경험은 놀라움과 함께 다가온다. 최초의 영화는 ‘열차의 도착’이다. 프랑스의 오귀스트와 루이 뤼미에르 형제가 1895년 12월28일 프랑스 파리의 그랑 카페에서 이 영화를 공개했다. 줄거리도 없이 열차가 도착하는 장면만 50초 동안 보여줬다. 그래도 정말 기차가 들이닥치는 줄 알고 놀라 달아난 관객이 있었다고 한다.


허진석 시인·한국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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