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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광고도 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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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광고도 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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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JTBC 16부작 드라마 '멜로가 체질'이 막을 내렸다. 드라마 시작 전 1600만 관객의 선택을 받은 영화 '극한 직업'의 이병헌 감독이 연출하는 첫 번째 드라마이고 그가 연출뿐 아니라 극본까지 맡았다고 해 관심이 갔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 맞춰 드라마를 챙겨 보는 것은 불가능했고, 특이하다고 생각한 드라마의 제목조차 잊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네가 좋아할 혹은 꼭 봐야 할 드라마라고 추천했다. 내 강의를 듣는 학생 한 명은 인생 드라마라고 극찬했다. 호기심이 생겼다.


입소문 덕에 궁금했지만 시청하기까지 다소 망설였다. 그깟 드라마 시청이 뭐라고…. 하지만 한정된 시간을 쪼개 즐기는 여가활동이고, 재미없는 프로그램을 보면 시간을 낭비했다는 후회가 생긴다. 드라마의 중독성을 알기에 섣불리 시작하기도 두렵다. 먼저 조회 수가 높은 방송 클립을 보며 탐색한 후 좋은 느낌을 가졌다. 그래서 이미 중반에 다다른 드라마를 스마트폰으로 첫 회부터 다시보기로 시청했다. 빠르게 진도를 따라잡고 본방 사수를 하고 싶었지만 역시 시간은 내 편이 아니었고, 계속 다시보기를 이용했다. 마지막 회도 결국 다시보기로 시청하면서 이런 '띵작'이 왜 1%대의 시청률밖에 기록하지 못했는지 아쉬웠다.

소수의 취향이었을까. 나보다 훨씬 어린 서른 살 동갑내기 친구들의 일, 사랑, 우정, 고민, 아픔, 꿈을 그렸지만 과거의 내 경험뿐 아니라 현재의 내 모습과도 중첩되며 솔직하고 현실감 있는 이야기에 공감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인생과 일상에 대한 성찰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을 명대사와 재치가 넘치는 '티키타카' 대사 때문에 울고 웃었다. 이 드라마를 사랑하는 사람과 마음에 와 닿는 대사를 함께 곱씹으며 즐거워했다.


하지만 직업병이 도졌다. 멜로에 몰입하다가도 간접광고(PPL)가 등장하면 과도하게 집중했다. 사실 드라마의 간접광고는 전혀 새롭지 않다. 우리는 맥락에도 맞지 않고 현실감이 부족하며 몰입을 방해하는 간접광고를 많이 경험해왔다. 하지만 '멜로가 체질'의 간접광고는 참신했다. 상상력을 발휘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황에서 생뚱맞은 안마의자 간접광고를 선보여 오히려 웃음을 주었고, 계속 만남의 장소로 등장하는 카페와 반복적으로 마시는 음료에 대해 간접광고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희화화해 역설적으로 재미를 줬다. 광고가 아닌 척 가장하기보단, 오히려 솔직하게 광고임을 드러내 호감을 얻었다. 실제 드라마 팬들은 간접광고에 대해 칭찬하며 일부러 해당 장면을 다시 찾아보기도 했다.


요즘 시청자는 똑똑하다. 왜 TV에 특정 제품이나 장소가 등장하는지 뻔히 안다. 시청자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으면서 충분히 제품을 노출해 광고주를 만족시키는 간접광고를 제작해야 하는 고민이 깊은 이유다. 하지만 시청자가 간접광고에 대해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간접광고에 관심을 가지고 제품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기도 한다. 포털은 간접광고 제품에 대한 검색과 구매를 돕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소비자들은 간접광고의 확장된 형태로 볼 수 있는 브랜디드 콘텐츠(branded content)처럼 브랜드의 이미지나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성된 다양한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온라인에서 즐기기도 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좋은 드라마를 제작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간접광고가 필요하다면 억지로 끼워 넣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드라마의 재미를 살리는 참신한 화법을 시도할 수 있다. 식상한 간접광고가 아닌 기발하고 신선한 간접광고를 보여준 '멜로가 체질'은 '광고도 체질'이었다. 시즌2를 기대한다.


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ㆍ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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