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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소년이여, 광복을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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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나라를 되찾은 지 74주년인 해이다. 광복은 국권을 회복하기 위한 선대(先代)의 헌신이 국가 재건을 위한 노력으로 옮겨 가는 전환점이었다.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 의식주부터 해결했어야 했고 사회경제 인프라의 재건도 급선무였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에게 좌절에서 벗어나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일 역시 중요했을 터다. 청소년 수련 단체인 스카우트(scout) 재건 노력은 그중 하나였다.


청소년의 자립과 민주ㆍ국제시민 정신 함양이 목표인 스카우트는 2차 보어전쟁(1899~1902년) 시 청소년이 척후병 역할을 해낸 경험을 토대로, 영국의 베이든 포웰 경(Lord Baden Powell)이 창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22년 조철호(趙喆鎬)와 정성채(鄭聖采)에 의해 결성된 후 1937년 일본의 탄압으로 해산됐다가 1945년 다시 탄생했다. 1950년에 조직된 '전시 구호대'는 동란 중 서울과 부산에서 질서 유지를 위한 봉사 활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스카우트 부활의 산파역은 필자의 외조부 이태환(李泰煥ㆍ1973년 국민표장 수여)이다. 그는 105인 사건에 연루되어 미국으로 망명하여 흥사단에서 안창호와 함께 평생을 독립운동에 헌신한 이일(李逸ㆍ이용혁)의 아들로 어린 시절 미국으로 망명했다. 한인 유학생으로는 최초로 퍼듀 공대를 졸업한 후 귀국, 경성전기주식회사(현 한국전력)의 초대 사장 및 회장을 역임했다.

그의 남다른 스카우트 사랑은 미국에서의 가슴 아픈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고등학생 시절 스카우트 활동을 접하고 담임에게 참가 의사를 밝혔으나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대신 야영을 경험해 보라며 작은 텐트를 하나 건네받았는데 그날 눈물로 날밤을 지새우면서 나라를 되찾으면 보란 듯이 스카우트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부활한 한국 스카우트가 정당성을 인정받고 활동 무대를 세계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세계연맹 가입이 필요했다. 그는 1952년 부산 피란 시절 세계 순방 중 일본에 들른 사무총장 윌슨(J. S. Wilson)을 직접 만나 회원국 가입을 부탁하기 위해 이창호, 오선환(吳善煥)과 김해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행은 윌슨이 묵고 있는 하코네(箱根)의 호텔로 내려갔으나 관계자들은 선뜻 만남을 허락하지 않았다. 반나절을 복도에서 기다린 끝에 그와 마주친 이태환은 방문 취지를 설명했다. 윌슨은 그의 열의와 유창한 영어에 탄복했고 대화는 도쿄(東京)로 상경하는 일행의 차에서, 다음 날 한국 식당의 저녁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는 1953년 국제연맹에 가입하게 된다. 같은 해 이태환은 런던 근교의 길웰 파크(Gilwell Park)에서 스카우트 지도자 훈련을 받고 한국인 최초로 우드배지를 획득한 후 본격적 스카우트 양성을 위해 아세아 재단의 기금과 정부의 무상 임대 지원을 끌어내 야영지를 마련했다.


1956년 한국 원정대의 미국 방문은 국제 교류의 물꼬를 텄다. 방미 증 소식은 본국에 타전되어 신문에 게재되었으며 귀국 후 경무대를 방문, 이승만 대통령에게 성과를 보고하기도 했다. 원정 시 '스카우트 국제 우표 기구' 설립자인 솔슨(Harry J. Thorsen, Jr)의 집에 머문 이태환이 그린 도안에 따라 세계 스카우트 창설 50주년 기념우표(1957년)가 발행되었다. 그는 솔슨에게 체신청장과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우표 발행에 힘을 실어달라고 부탁했는데 이런 방식은 이후 다른 국가의 스카우트 우표 보급의 롤 모델이 되었다. 우표에 대한 그의 관심은 '독도 우표(1954년)가 곧 우리 땅이라는 증거'라고 읊조리던 애국심에서 비롯된다.

토적산성(土積成山). 현재는, 사소하게 보일지언정 이렇게 쌓여온 블록들의 형상체이다. 필자보다 연식이 오래된 외조부의 빛바랜 스카우트 책을 접할 때마다 우리가 얹을 블록은 무엇일지 고민된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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