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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영웅과 악당의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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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인터넷의 여러 게시판에 무수히 재생산되는 글 중 영웅과 악당의 특징을 비교한 글이 있다. 영웅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자신의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목표가 없다. ▲항상 무슨 일이 일어난 뒤에야 행동한다. ▲수동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단독으로 움직이거나 소수의 인원으로 행동한다…. 반면 악당은 ▲큰 꿈과 야망을 안고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연구 개발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날마다 노력을 거듭하며 최선을 다한다. ▲실패해도 기 죽지 않는다. ▲잘 웃는다.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는가? 영웅과 악당의 특징을 역설적으로 분석한 글은 일본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대입해보면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주인공 이카리 신지는 늘 표정이 심각하다. 태도는 수동적이어서 항상 악의 무리인 사도의 공격이 있은 다음에 행동한다. 할리우드 영화의 영웅과 악당 이야기에 적용해도 제법 잘 들어맞는다. 서부영화의 악당들은 너나없이 오랫동안 준비한 계획을 실행하다가 주인공의 총탄에 덧없이 쓰러진다. 주인공이 경고를 하면 배를 부여잡고 웃는다. 배트맨과 조커는 또 어떤가.

인터넷 게시판에 오르는 글들이 대개 그렇듯 가볍게 웃어 넘기면 된다. 다만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세계가 현실을 잠식하듯이 가벼움의 문화가 현실에도 영향을 주지는 않는지 생각해본다. 인터넷에 넘쳐나는 정보를 현명하게 소비하기보다는 거기에 사로잡혀 진짜와 가짜, 현실과 가상을 혼동하고 있지는 않은가.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의 설화(舌禍)도 인터넷 문화의 폐해는 아닐까. 진정한 가치를 인식하고 성찰한 결과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값싸고 거친 변설이 아니었던가.


전 회장의 소동을 보면서 윤흥길의 소설 '완장'을 떠올렸다. 주인공 임종술은 별 볼 일 없는 사내지만 저수지 감시인이 돼 완장을 차자 뵈는 것이 없다. 밤에 고기를 잡던 학교 동창과 그 아들을 구타하고 낚시하러 온 도시 남녀에게 기합을 준다. 나중엔 자신을 고용한 사장 일행의 낚시까지 막다가 해고당한다. 쫓겨난 뒤에도 '완장의 환상'에 빠져 공권력과 충돌한다. 정신이 현실에서 유리돼 딴 세상을 노닐면 그렇게 된다. 임종술은 영웅놀이에 빠졌지만 마을 사람들에게는 악당이었을 뿐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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