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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24시간 영업에 비친 中 경제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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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베이징의 유명 먹자골목 '구이지에(鬼街ㆍ귀신 거리)'에는 밤에도 '마라룽샤'(민물가재를 중국의 향신료인 마라에 버무린 요리)를 먹기 위해 몰려드는 인파로 불야성을 이룬다. 구이지에의 가장 인기 있는 식당 중 한 곳인 '후따' 본점 앞에는 2~3시간을 기다려서라도 먹으려는 손님들로 대기용 의자가 빼곡할 지경이다. 본점 주변으로 분점들이 수두룩하지만 평일조차 바로 입장 가능한 매장은 한곳도 없다. 후따의 영업시간은 보통 오전 10시30분부터 새벽 4~5시까지로 거의 밤샘 영업이다. 중국 언론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후따는 이달 중에는 24시간 영업까지 시작할 예정이다.


중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후따처럼 심야 시간대 영업에 나서는 매장들이 늘고 있다. 서울의 명동처럼 베이징의 관광객 밀집 상업 구역인 왕푸징에서도 대형 쇼핑몰들 사이에서 영업시간을 연장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상하이시에서는 첫 24시간 영업을 하는 영화관도 등장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영업시간을 늘리려는 상점들이 늘어난 배경에는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중국 정부가 펼치고 있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이 자리잡고 있다.


베이징시의 경우 야간경제 활성화를 위한 13가지 방안을 마련해 시도 중이다. 여기에는 심야에 이용 가능한 대중교통 수단을 늘리고 야간에 거리 조명을 밝히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상하이시도 지난 5월부터 야간경제 활성화를 위해 상업지역 곳곳에 저녁 7시부터 새벽 6시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특별구역을 설정, 야간경제 활성화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다.


정부의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에는 미ㆍ중 무역전쟁 분위기속에 둔화하고 있는 경제성장에 대한 우려가 반영돼 있다. 야간경제 활성화를 통해 소비를 촉진시켜 경제를 끌어올리겠다는 당국의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미 '세계의 공장'을 지나 '세계의 시장'으로 자리잡은 중국은 수출, 투자 못지 않게 소비가 경제에 미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정책적 측면만 보면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투자가 덩달아 늘수 있고, 불 꺼지지 않는 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추가 인력 고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깔려 있다.

그런데 야간경제 활성화가 실제로 중국 경제를 살리는데 도움이 될까.


정부 주도의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은 한 가지 가장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24시간 영업, 혹은 영업시간 연장이 소비 증가에 따른 수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이 몰리기 때문에 심야 영업이 늘어나는게 아니라 영업시간을 늘리면 소비가 몰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만든 정책인 셈이다. 현지에서는 심야 영업을 하더라도 후따처럼손님이 붐빌 만한 식당은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중국 경제는 정부의 개인소득세율 인하 등 적극적인 감세정책에도 좀처럼 소득 증가가 소비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래 경제에 불안을 느끼는 소비자들은 소득이 늘어도 이를 소비하지 않고 오히려 저축을 늘리고 허리띠를 졸라 매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 경제학자들은 뒤늦게 왜 소득증가가 소비를 견인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놓고 고민중이다.


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내버려둔 채 심야에 불을 켜서라도 소비를 회복시키겠다는 중국 당국의 구상은 제대로 된 수요 파악도 없이 마구잡이로 지어진 유령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는 중국 도시들의 모습과 닮아 있는듯 해 씁쓸하다.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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