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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호모 엠파티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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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유전학 또는 진화론은 '종의 기원'을 쓴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1809~1882)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한다. 이른바 생물은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한다는 다윈의 '자연선택설'이 이전까지 지배적 학설로 여겨졌던 '용불용설'의 한계를 뛰어넘어 거의 모든 생물종의 변화를 설명할 수 있게 된 덕이다.


'기린의 목'이 가장 좋은 예다. 라마르크는 기린이 높은 나뭇가지에 달린 잎을 따먹기 위해 목이 길어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설명하지만, 다윈은 본래 다양한 기린 종이 존재했고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생존에 유리한 목이 긴 기린만 남게 됐다고 설명한다. '코끼리의 코'에서 '고래의 폐'까지에 대한 일관된 설명이 가능해졌다.

이는 인류의 진화에도 적용된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에 따르면 지구상에는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에렉투스, 솔로엔시스, 사피엔스 등 최소 6종의 인간이 살고 있었으나 뇌의 용량이 가장 컸던 사피엔스만 남았고 현재에 이르렀다고 한다. 다윈의 이론을 접목하면 사피엔스만 바뀐 환경에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종이었던 셈이다.


'중요한 일이라곤 하나도 하지 않던 하찮은 존재(유발 하라리)' 사피엔스의 차별화된 능력은 무엇이었을까. 오늘날 여러 인류학자와 신경과학자들은 공통으로 '공감능력'을 꼽는다. 이탈리아 신경과학자 자코모 리촐라티 교수가 영장류 연구를 통해 '거울 뉴런'을 발견하면서 그 존재는 실제로 확인되기도 했다. 공감능력이 뛰어난 이들만을 압축해 '호모 엠파티쿠스(Homo Empathicus)'로 정의하기도 한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21세기를 인간의 공감 본능이 이끌어 가는 '공감의 시대'로 예견한 바 있다. 무한 경쟁시대에 지친 사람들이 다음 리더십으로 자신들을 위로해 줄 '공감'을 원하게 될 것이란 분석에서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공감력을 상실한 사피엔스가 많다. 세월호 사고를 정쟁에 활용하고, 자국민의 일본상품 불매운동을 폄훼하며, 위안부 문제를 포르노적 관심으로 치환하고, 이민자에 대한 공격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사례를 연일 목도한다.

생물종의 명멸은 수십억년 동안 환경의 변화에 따라 지속됐다. 다윈의 이론을 빌리면 공감능력은 인류 진화의 여정에서 명멸을 가르는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공감력을 상실한 사피엔스에겐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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