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시론] 법보다 돈(錢)으로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흔히 경험하게 되는 일 중 '평소에는 막히지 않는 시간이나 구간인데 갑자기 도로가 막히는 일'이 있다. 갑작스러운 교통 체증의 원인은 교통사고, 화물 낙하물의 추락, 차량 고장으로 인한 정차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럴 때 진행 방향의 차량이 정체되는 것은 물론이고 반대 차로의 차량들도 이를 구경(?)하느라 정체가 심화되기도 한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원인 제공자에게 형사적이나 행정적인 벌칙을 가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예기치 못한 교통체증을 당한 운전자들은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사소한 접촉 사고인데도 도로 한복판에 장시간(?) 차를 세워놓고 시시비비를 가리기도 하는데 이를 본 운전자들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없도록 차들을 도로변으로 옮기든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화를 내기도 한다.

이럴 때는 법이 더 엄격해져서 많은 사람의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싱가포르 거리가 깨끗한 것은 도로에 담배 꽁초나 휴지를 버리거나 침을 뱉으면 고액의 벌칙이 가해지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추가된다.


그런데 과연 엄격한 법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일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법이 아닌 돈에서 해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 것은, 최근 이루어진 비행기 좌석 요금 체계 변화 때문이다. 비행기 이코노미석은 모두 동일한 요금이 책정돼있다. 그렇지만 이코노미석 중에서도 비상구 옆자리나 맨 앞자리 등은 공간이 비교적 넓어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그래서 부지런히 먼저 좌석 지정 예약을 하거나 '인맥'을 동원해 그런 자리를 확보하려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최근 선호도가 높은 좌석에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이 적용됐다. 이렇게 되니 선호도가 높은 좌석을 택하는 사람이나 보통의 좌석을 택하는 사람이나 불만이 없게 된 것이다.


이 방식을 도로 정체 원인 제공자들에게도 적용하면 어떨까 제안해본다. 도로 체증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형사적ㆍ행정적 벌칙을 받는 것과는 별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었으므로 그에 상응하는 부담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부담금은 도로 정체 원인 제공의 정도나 시간에 따라 정하면 된다. 이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만일 교통사고에 연루됐다 해도 조금이라도 빨리 교통 체증을 해소하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음주운전에도 적용해보면 어떨까. 음주운전의 위험성과 이에 대한 엄벌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니 음주운전에 즉각적으로 고액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법도 효과를 낼 수 있다. 위험을 야기할 가능성을 제공했으므로 '위험부담금' 명목의 경제적 제제를 부과하는 것이다. 음주운전이 위험한 행위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이보다 더 비난받을 만한 행위들도 많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공직자의 자격 시비나 연예인의 공개 활동 제한 등에 음주운전을 단골 소재로 활용한다. 이에 대해 많은 반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은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하다고도 한다).


법에 대하여는 여러 다양한 차원의 개념이 있다. 법은 많은 사람의 공감 위에 제정되고 시행되는 것이지만, 규제의 측면으로만 보면 정서적으로 저항감을 유발하는 측면도 있다. 교통 체증이나 음주운전 외에도 많은 사람을 불편하게 하고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에 대해 법이라는 규제 외 방법으로 해결을 시도해보면 어떨까.


임정혁 법무법인 산우 대표변호사 · 전 법무연수원장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