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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제2 벤처붐을 맞이하는 단상

최종수정 2019.07.18 15:05 기사입력 2019.07.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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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벤처기업협회 경영지원본부장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경영지원본부장

지난 3월 정부는 '제2벤처붐확산전략' 발표를 통해 우리나라가 2000년대 초 벤처 창업 붐을 경험한 사례를 기반으로 다시 벤처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제2의 벤처 붐' 조성을 약속했다. 1998년부터 2001년까지로 정의되는 '1차 벤처 붐'은 역설적이게도 우리나라의 경제 위기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1997년 말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을 발표했고 이후 산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당시 30대 그룹 중 20개 가까이가 부도 처리되고 한 해에만 수십만 명의 실직자가 발생했다. 도무지 희망이 보이지 않던 시기에 정부가 꺼낸 카드가 바로 벤처기업 육성이었다. 벤처기업은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했고, 각계각층의 우수 인재들이 모여들면서 획기적인 신기술들을 내놓았다. 대기업의 층층시하 조직 문화를 수평적 조직 문화로 바꿨고, 무엇보다 청년들에게 벤처 대박의 꿈과 희망을 선사했다. 많은 전문가가 IMF 국난 극복의 한 요인으로 벤처기업 육성을 지목하는 이유다.


중소기업연구원은 1차 벤처 붐의 성공 요인을 혁신적 정책과 정부의 기회 포착, 우수 인력의 대거 유입, 벤처 투자 및 기업공개(IPO) 활성화, 창업자들의 기업가 정신 등으로 분석한다. 당시 정부가 내놓은 벤처 정책은 가히 파격적이었다. 벤처기업협회가 최초의 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해 건의한 벤처특별법이 불과 6개월 만에 법제화됐고 스톡옵션 비과세, 엔젤투자 소득공제 등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제도들이 도입돼 빛을 발했다. 필자 역시 한국의 성공적인 벤처 정책과 독특한 제도들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한 일본, 독일, 미국, 이스라엘 등의 관료와 국회의원들에게 한국의 벤처기업 육성 정책을 자랑스럽게 설명하던 기억이 또렷하다.


불행하게도 2001년을 기점으로 분위기는 급변했다. 돌이켜보면 인터넷 기반의 3차 산업혁명 과도기로 판단되나, 아무튼 전 세계적으로 소위 '닷컴버블'이 꺼지기 시작했고 코스닥시장은 급락했다. 벤처인과 무관한 몇몇 사기 사건과 정치적 진영 논리로 벤처기업은 하루아침에 비도덕적인 집단으로 매도당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벤처업계가 정작 두고두고 아쉬워하는 것은 바로 닷컴버블 논쟁 이후의 상황이다.


벤처기업은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기업이고 여지껏 없던 기술과 서비스를 창출한다. 어찌 보면 한두 번의 실패는 당연한 것이고, 10개의 창업기업 중 하나만 성공해도 전체적인 사회적 편익이 생기는 구조다. 하지만 당시 정부와 사회는 이런 실패를 인정해주질 않았다. 정부는 소위 '벤처건전화정책'을 통해 기술과 기업가 정신이 아니라 재무적으로 안정된 기업, 실패하지 않을 기업을 선호하기 시작했고, 실제로 벤처기업 인증제도를 그 방향으로 바꿔버렸다. 더불어 벤처기업에 대한 제도적 혜택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 시기는 우리 경제가 IMF 구제금융의 암울한 파고를 서서히 넘어서던 시기와 묘하게 일치한다. 초창기 대한민국 벤처 생태계를 세계 최고로 만들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반면 같은 시기에 벤처기업의 실패와 재도전을 용인해주고 닷컴버블을 극복한 미국은 3차 산업혁명의 선도국이 됐고 지금은 벤처기업이 전체 미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을 정도로 벤처 생태계가 진화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비관적 전망과 함께 대한민국 경제에 대한 경고음이 연일 울리고 있는 지금, '제2의 벤처 붐'을 만들겠다는 정책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한편으로는 뼈아픈 시행착오를 거치고 대가를 지불했지만 돌고 돌아 다시 벤처기업을 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해보겠다는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도 적지 않다.


생태계에 대한 다채로운 신규 정책 수립보다 중요한 것은 1차 벤처 붐의 핵심 요인을 복기해보는 일이다. 벤처 정책은 과거와 같이 파격적인 혁신성이 있어야 하고, 절실해야 하며, 시장을 즉시 움직일 수 있는 효과성이 담보돼야 한다. 간곡한 당부 한 가지를 첨언하자면 대통령이 바뀌어도, 정부의 색깔이 바뀌어도 다시는 벤처 육성 정책을 후퇴시키거나 초가삼간 태우며 빈대 잡은 공로를 자랑하는 우를 범하지 말았으면 한다. 단, 벤처 외에 우리 경제의 미래 대안이 있다면 그리하라.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경영지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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