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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모기장 밖, 패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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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모기장 밖에 있지 않다(日本は蚊帳の外ではな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말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4월 말 열린 남북 정상회담 당시 일본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일본의 연대가 북한을 움직이게 했다"고 자평하면서 '모기장 바깥'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일본어로 '카야노 소토(蚊帳の外)'. 한국어로는 모기장 바깥이라는 뜻의 이 관용어는 다른 사람은 다 모기장 안에 있어 보호를 받는데 혼자만 모기장 밖에 있어 모기에 물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쓰이곤 한다. 남들로부터 배제돼 있는 '왕따'의 느낌을 준다. 국제정치에서는 '패싱(Passing)'이라는 용어와 일맥상통한다. 패싱은 개인이나 단체, 국가 사이에서 열외 취급을 당하는 경우를 빗대 이르는 말로 굳어졌다.

사실 패싱 어원의 주인은 일본이다. 패싱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1998년 중국을 장장 9일이나 국빈 방문하면서 일본을 들르지 않고 미국으로 돌아가자 일본 언론이 이를 두고 '재팬 패싱'이라고 자조 섞인 보도를 한 데서 유래했다. 재팬 패싱에 앞서 일본 경제가 초호황을 누린 1980년대 유행한 '일본 때리기'라는 의미의 '재팬 배싱(Japan Bashing)'의 후속 격이다.


패싱의 불씨를 되살린 것은 2017년의 대한민국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 이슈에서 한국이 소외 당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로 '코리아 패싱'이 국제사회는 물론 국내외 언론이나 정치권이든 어디에서나 등장했다. 북한 핵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 한국을 제외한 미국ㆍ중국ㆍ일본 등 주변국이 더 입김을 발휘하는 상황이 나타난 탓이다. 과거 '통미봉남(미국과의 실리적 통상 외교를 지향하면서 남한 정부의 참여를 봉쇄하는 북한의 외교 전략)'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수준으로 비쳤다.


잠잠했던 패싱 논란은 올해 들어 다시 일본으로 옮겨간 분위기다. 일본과의 대화를 전면 차단한 북한은 이 와중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북한 땅으로 이끌었다. 한반도에 평화가 무르익는데 '찬밥' 신세로 전락한 일본이 준비한 듯, 우리 경제에 화풀이하는 심정이 이해는 간다.

산업부 김혜원 기자 kimhye@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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