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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바보야, 문제는 디테일이야

최종수정 2019.07.09 12:00 기사입력 2019.07.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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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바보야, 문제는 디테일이야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Devil is in the details)'는 말이 있다. 어떤 것이든 대충 봐서는 별게 아닌 듯이 느껴지지만, 막상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혁신적 서비스가 처음 출현했을 때에는 그 새로움에 매료돼 그 뒤에 숨어 있는 문제들을 대충 넘기기도 한다. 혁신적 서비스는 사회의 변화를 불러오고 경제를 발전시키는 핵심적 동력으로 작용할 때도 많지만 때로는 사회 갈등의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신기술이나 신서비스가 가져오는 새로움은 혁신으로 칭송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파괴라고 불린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을 비롯하여 6G나 7G를 넘어 nG가 열어갈 초연결ㆍ초지능 시대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우리에게는 수많은 혁신이 기다리고 있다. 다가올 혁신은 미래에 대한 도전과 함께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가치나 이익들과의 충돌을 끊임없이 야기할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 우리는 더 많은 성공과 더 적은 실패를 위해 깊이 성찰하고 방법을 찾아나가야 한다.


최근 혁신을 둘러싼 대표적 갈등은 데이터 혁신 3법의 입법추진(개인정보 보호법ㆍ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ㆍ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의 개정)과 카풀이나 타다를 비롯한 모빌리티 서비스의 논란이다.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문제점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데이터 혁신 3법을 둘러싼 논란에서는 개인정보의 개념과 범위, 유럽연합(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개정안(GDPR) 내 제도 도입, 개인정보보호 감독기구 정비, 개인정보보호 관련법 통합 등 여러 굵직한 이슈들이 산재해 있다. 핵심 문제 중의 하나는 개인정보에 대한 관점이 같지 않아 정치적 견해가 달라지거나, 혹은 그 반대로 정치적 관점의 차이가 개인정보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불러오면서 개인정보에 대한 세부적인 규제의 필요성이나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하기도 전에 찬반 양론으로 대립하고 평행선을 달려왔다는 점이다.


개인정보 혹은 개인정보에 대한 권리는 매우 주요한 규제철학의 기초다. 그러나 데이터가 처리되는 맥락에 따라서 그 규제의 필요성에도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고, 사실 개별 맥락에 들어가 보지 않고는 도저히 일반화시키기 어려운 면도 존재한다. 개인정보의 개념을 둘러싼 논의만을 보더라도 과거와 달라진 개인정보 처리 환경, 개인정보에 대한 국민의 법 감정 등에 따라 동일한 정보라도 맥락에 따라 규제의 정도와 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승차공유서비스를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다. 기존 운송서비스 종사자들의 생존권 문제, 새 승차공유서비스의 구체적인 순기능과 역기능, 새로운 산업으로의 전환 방법 등을 차분히 논의하기도 전에 양비론에 빠져서 극단적 찬성 아니면 극단적 반대의 논쟁으로 전개됐다. 이런 상황은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는 과정에서 결국 우리 사회ㆍ경제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뿐이다.


우리는 또 잘못을 지적할 희생양을 찾으려들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구조적 대립의 원인은 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물론 혁신을 둘러싼 논의를 논란으로 만들고 정치 쟁점화하거나 이념 갈등으로 이어간 배경에는 정치권의 책임도 있다. 전문성을 갖고 적극적으로 갈등 해결에 앞장서지 않은 정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사회 구성원을 설득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논리적 근거를 찾고 합리적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한 필자를 포함한 전문가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그러나 선진국들이 혁신적 서비스를 통해 사회ㆍ경제를 발전시키려고 달려가는 모습을 보면, 이제는 남을 탓할 시간조차 우리에게는 별로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


혁신은 불가피하게 갈등을 낳지만, 혁신을 통해 과거로부터 미래로 순조롭게 변천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발전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무엇보다 더 이상 거대 담론만을 두고 싸우지 말고, 한 걸음씩이라도 앞으로 진전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디테일'에 집중해야 한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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