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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케모포비아 시대를 극복하는 모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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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증을 뜻하는 '포비아(Phobia)'가 최근 심심찮게 등장한다. 다양한 단어 뒤에 붙어 특정 대상에 대한 공포증을 표현할 때 쓰인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에서 빈번하게 언급되는 포비아 중 하나가 '케모포비아(Chemophobia)'다. 화학물질(Chemical)과 포비아의 합성어로, 화학물질에 대한 사회적 공포나 불안 현상을 일컫는다.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화학제품을 사용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사용하고 있는 화학물질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가습기살균제 사고 등 사회적 참사를 겪으면서 국민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화학물질의 위해성에 대해 공포감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케모포비아의 시대다.


정부는 케모포비아를 극복하고 화학물질과 화학제품을 촘촘히 관리하기 위해 지난 1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도 제정했다. 하지만 화학물질은 수만 종이고 매일 새로운 화학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법과 제도만으로는 이러한 모든 화학물질이나 화학제품을 적기에 관리하기에 한계가 있다. 기업들이 생활 화학제품을 출시하기 전 스스로 제품에 대한 안전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실질적으로 케모포비아 시대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 우리가 겪고 있는 케모포비아의 시작도 제품 안전에 대한 일부 기업들의 무책임한 태도가 거대한 나비효과로 확대된 사례다.

그간 정부는 기업이 생활화학제품 내 화학성분을 스스로 공개하도록 적극 지원해 왔다. 2017년 주요 생활화학제품 제조ㆍ수입 기업과 대형 유통사 등 18개 기업과 함께 기업 스스로 화학제품을 더욱 안전하게 관리하도록 노력하는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화학제품에 관한 국민의 알권리 강화를 위해 기업들은 생활화학제품 내 성분을 국민에게 공개했다. 생활화학제품 내 성분 공개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공개하는 과정에서 여러 난관이 있었다. 다행히 기업들의 적극적 참여로 현재 생활환경안전정보시스템(초록누리)에 1125개 생활화학제품의 성분이 소비자에게 공개되고 있다.


이제는 생활화학제품의 전 성분 공개를 넘어 원료물질의 안전성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더욱 광범위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가 생활화학제품 안전성을 직접 확인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이를 위해 지난 25일 체결한 제2차 자발적 협약에는 정부와 기업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도 함께한다. 협의체는 화학제품 내 원료 관리 방법과 원료 성분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방안을 함께 논의하고 해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동안 기업들이 법적으로 규제되고 있는 물질만 신경 썼다면, 이번 협약을 계기로 원료물질의 평가를 통해 위험성이 높게 나오는 물질에 대해 스스로 대체물질을 찾고자 노력하는 등 더욱 적극적이고 선제적 노력이 강화될 것이다. 협의체 안에서 정부는 원료물질 평가를 위한 안내지침서를 준비하고, 기업은 이 안내지침서를 활용해 원료 관리 이행을 위해 노력한다. 시민단체는 기업의 노력과 이행 과정을 지켜보는 감시자의 역할과 함께 격려와 응원을 보내는 독려자 역할을 한다. 이처럼 국민이 안심하고 생활화학제품을 사용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참여하는 사회 공동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 공동의 노력은 구체적으로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의 삼각협력 체제를 기반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혼자 걸으면 더 빨리 갈 수 있다. 하지만 둘인 경우엔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하물며 이번 협약은 셋이 함께 걸어가니 더 빨리, 그리고 더 멀리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케모포비아 시대를 극복하는 삼각협력의 놀라운 '케미'를 기대해 본다.

박천규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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