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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올림픽 중계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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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시청권은 그런 거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최소한 그 정도의 즐거움은 누릴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 전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경기가 대표적이다. 공영방송이 발달한 유럽 국가에서 익숙한 방송제도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올림픽과 같은 전 국민의 관심사안이 되는 경우 지상파방송이 우선적으로 중계하도록 하고 있다. 그래야 국민들이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고 누구나 올림픽경기를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편적 시청권이 2007년 국내에 도입될 때 우여곡절이 많았다. 미디어 경쟁이 치열해져 다른 사업자에게 지상파 특혜정책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결국 '지상파방송에 우선적으로 중계권 협상을 하도록 한다'가 아니라 올림픽 중계권자는 '방송수신 가구의 9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는 식으로 법에 규정됐다. 우회적으로 표현함으로써 특혜시비를 피해가며 지상파방송이 올림픽 중계를 하도록 한 것이다. 편법을 쓴 셈이다.

편법은 언젠가 탈이 나고야 만다. 유료채널인 JTBC가 2026년부터 2032년까지 동ㆍ하계 올림픽의 독점중계권을 확보했다고 한다. 그동안 JTBC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나 유료방송 가입비율이 높은 국내 환경에서 JTBC 올림픽 중계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최소한 보편적 시청권이 방송법에 보장돼있다면 그 폐지 여부도 법률 개정을 통해 결정할 사안이다. JTBC가 단독으로 올림픽 중계를 할 수 있다면 국내 방송법에 굳이 보편적 시청권 조항을 현행대로 유지할 필요가 없다. JTBC가 가능하다면 tvN도 올림픽 중계를 못 할 바가 없다. 유료방송 가입자가 국민의 90%가 넘는다는 식으로 단순히 수치로 방송법을 해석한다면 대기업이든 외국자본이든 유료방송 가입자를 기반으로 얼마든지 국내에서 올림픽 중계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단순히 JTBC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보편적 시청권에서 올림픽 중계권자를 지상파방송으로 제한하는 이유는 다른 주체들은 중계권 협상에 나서지 말라는 의미도 담겨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중계권을 구매하더라도 지상파방송이 아니면 국내에서 방송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중계권 협상자의 자격이 제한되므로 경쟁으로 인한 올림픽 중계권료 급등을 막을 수 있다. 이러한 법의 원칙과 취지에 있어 90%의 수신가구를 확보하면 가능하다는 식의 모호한 입장이거나 편법으로 비껴간 데는 규제당국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JTBC가 시청가구 90%를 확보했는지 아닌지 수치상의 놀음으로 정책논의가 흘러가지 않았으면 한다. 이는 중계권료를 고액으로 구매한 JTBC에도 매우 고통스럽고 위태로운 싸움이 될 것이다. 과거처럼 규제기관이 중재한다며 사업자들의 협상에 어설프게 나서지도 않길 바란다. 정책당국의 그러한 신호는 차후에도 누구든지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을 구매할 수 있고 유료방송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규제기관이 그런 신호를 시장에 준다면 차라리 방송법에서 보편적 시청권 조항을 폐지하는 게 명쾌하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원들이 2026년까지 있을 가능성은 없다. JTBC의 중계권 문제를 2026년에 결정한다는 것은 방통위가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뜻이다. 이는 입법기관인 국회가 보편적 시청권을 법률로 제정한 취지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번 사안이 2026년 올림픽 중계방송의 문제가 아니라 2019년 현재 중계권 구매의 문제로 봐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몇 퍼센트든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못한 국민들이 올림픽을 시청할 수 없다면 우리가 잘사는 나라로 가고 있는 게 맞는가 싶다. 올림픽 중계, 유감이다.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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