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달빛, 참,
얼음 뚫고 흘러가는 여울물 소리 같다
문밖에 빈 그릇을 내놓고
창가에 담요 펴고 눕는다
이거 얼마만이냐, 활짝 몸을 연다
새벽엔
친구 병태가 올 것이다 여전히 뭉툭코일 것이다
미친놈!
소주를 콸콸 들이킬 것이다
트위스트도 한판 땡길 것이다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는
발걸음들 나란히
철책을 넘어
동피골 골짜기로 들어갈 것이다
난티나무 눈측백 수리부엉이 산양 똥
죽은 것과 산 것들 제멋대로 뒤엉켜
캄캄하고
눈부신
■문밖에 빈 그릇 하나 내어 둡니다. 행여나 당신이 오실까 싶어 내어 둡니다. 한참을 내리던 비는 문득 그치고 꽃 다 진 목련은 커다란 손들을 혼백 없이 흔들고 있습니다. 왜 모르겠습니까. 밤새 빈 그릇엔 달빛만 말가니 가득할 것입니다. 또한 왜 모르겠습니까. 이미 죽은 당신은 다시는 오시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어제처럼 작년처럼 이젠 기억나지 않는 그날처럼 문밖에 빈 그릇 하나 내어 둡니다. 저를 통째로 내어 둡니다. 온 우주가 우두커니 빈 그릇입니다. 제 못 다 한 마음 한 그릇이 캄캄하고 눈부십니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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